월간 지앤선


글 - 박미정


유명환 님은 <뻔뻔(FunFun)하게 배우는 임베디드 리눅스>를 지앤선에서 출간했다. 임베디드 리눅스 회사 (주)이분투부터 데이터센터용 ARM 서버를 개발하는 엑세스랩(주)을 운영하는 대표이자 CTO이다. 지식을 공유하고 후배를 양성하는 일에 관심이 많아, 많은 강의와 멘토링 프로그램에서도 만날 수 있다. 항상 열정 넘치는 유명환 님을 만나보는 시간을 가졌다.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유명환: 현재 (철자 틀리기 딱 좋은) 엑세스랩(주)의 대표를 맡은 유명환입니다. ARM 칩과 Linux를 사랑하고 있으며, 사랑을 사업으로 승화시켜 ARM 서버라는 제품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개발 및 보급하고 있습니다.


현재 대표로 계신 엑세스랩(주)에 대한 소개 좀 해주세요!

유명환: 앞에서 언급했듯이 철자와 발음이 생각보다 어려운 기업으로 한글은 엑세스랩(주), 영문은 XSLAB Inc. 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클라우드가 보급 되고 인공지능과 같은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들은 필연적으로 '서버' 라고 불리는 컴퓨터가 많이 필요하게 됩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컴퓨터' 를 뜻하는 '서버' 는 유닉스 메인프레임을 제외하고 99% 정도 인텔에서 개발한 CPU(칩)로 만들어지는데, 엑세스랩은 인텔 CPU가 아닌 영국 ARM 홀딩스라는 기업이 설계한 ARM 코어가 내장된 CPU를 기반으로 직접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개발하여 보급하는 기업입니다. 


무엇보다 서버가 부팅된 이후 서버를 모니터링하는 솔루션들은 무척 많지만, 서버가 부팅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버의 하드웨어 상태를 모니터링하거나 제어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인 BMC (Baseboard Management Controller)라는 기술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자체적으로 개발했다는 점도 자랑할만한 점 중 하나입니다. Facebook도 2015년부터 OpenBMC 라는 오픈 소스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정도로 대규모 서버의 하드웨어 제어를 자동화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기술이 바로 BMC인데, 이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자체적으로 개발한 부분은 해외에서도 인정을 받았습니다. 내년(2019)엔 Facebook OpenBMC 프로젝트에도 기여(contribution)하고 자체적으로 오픈 소스로 공개할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간혹 개발자들도 CPU Core와 CPU에 대해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CPU Core는 쉽게 말해 우리가 작성한 소프트웨어 코드를 해석(decode)하고 실행(execute)하는 부분이고, 여기서 해석된 내용을 실제 물리적인 메모리와 디스크, 입출력 장치들을 통해 처리(control)하는 역할은 CPU Core와 버스(bus) 구조로 연결된 다양한 CPU 내부의 Controller로써 이 두 가지가 합쳐져 만들어지는 칩이 바로 CPU입니다. 


인텔은 거의 유일하게 CPU Core와 CPU를 같이 개발하는 기업이며, 저희가 사용한 ARM 칩은 영국 ARM 홀딩스에서 ARM Core (CPU Core)를 개발하고 이를 라이선싱한 다른 기업들이 용도에 따라 다양한 Controller를 추가하여 칩(CPU)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Exynos라 불리는 ARM 칩이 바로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엑세스랩은 서버용으로 개발된 ARM CPU(칩)를 기반으로 직접 서버의 마더보드 같은 하드웨어부터 운영체제, 드라이버 및 오픈스택과 같은 서버용 소프트웨어까지 함께 개발하고 보급하는 국내 유일한 기업으로, 현재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에서 그 기술력을 인정받아 내년 상반기 중 미국과 일본에 진출할 계획입니다.


엑세스랩(주)에서는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유명환: CEO(대표)라 쓰고 CTO로 읽고 있습니다. :-) 

엑세스랩은 이제 막 1년 조금 넘은 기업(스타트업)이지만 이미 7년 전 제가 대표로 있던 (주)이분투라는 기업부터 ARM 서버를 개발하기 시작했고, 이후 Diskless 사업을 하고 있던 기업과 합병하여 엑세스(주)가 탄생했습니다. CTO 역할에 집중하다가 지난 해 늦은 여름 보수적인 서버 업계에 ARM 서버 사업 물꼬를 트기 위해 엑세스랩(주)으로 분사하며 다시 CEO로 복귀하였습니다. 

저희 회사에서 개발 및 보급하고 있는 ARM 서버("V-Raptor" 라고 부릅니다)에 대한 전체적인 연구 개발을 총괄하고 있으며, 현재는 ARM 서버의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파트너사들과의 영업 채널 셋업 및 내년 초 전 세계에서 최초로 ARM 서버 전문 교육과정을 런칭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함께 일하고 계신 동료들은 어떤 분들인가요? 앞으로 어떤 분들과 함께하고 싶으신가요?

유명환: 정말 '가족' 같은 동료들입니다. 

국내에서 개발되는 대부분의 서버는 대만에서 마더보드를 수입하여 조립되는 데 반해, 저희는 자체적으로 설계하고 있습니다. 별다른 레퍼런스 없이 맨땅에 헤딩하며 5년간 마더보드 하드웨어를 개발하고 있는 저희 기술 이사님은 사실 제 첫 강의 때 수강생이었고, 그것도 무려 십 년도 더 된 옛날 얘기일 정도로 오랜시간 서로 알고 지내며 끈끈하게 이어온 인연입니다. 현재는 엑세스랩 창업할 때 공동 창업을 한 동업자이기도 합니다. :-) 

재미난 점은 원예학을 전공했으나 7년간 소프트웨어를 개발했고 이후 다시 하드웨어로 전향한 이력이 있는 개발자로서, 제게 '전공' 보다 '적성' 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해준 소중한 동료이자 동반자입니다. 

기술 이사님을 중심으로 제가 지금까지 커뮤니티 활동과 멘토링 활동을 하면서 직접 인연을 맺은 멤버들이 현재의 동료들이며, 아직까진 공식 채용 과정이 아닌 개인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모인 점이 특이하다면 특이한 점일 수 있겠네요. 

그러나, 사업이 빠르게 활성화될 수록 다양한 사람들이 필요한 만큼 공식 채용 과정이 더욱 더 활성화되기를 간절히 희망하고 있지만 아직까진 쉽진 않습니다. (ㅠㅠ) 

개인적으로 함께 하고 싶은 분들은 '팀웍' 을, 더욱더 소중히 생각하는 분입니다. 

각자의 목표와 목적을 이루기 위해 다니는 회사라는 조직은, 결국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평균치로 인정을 받고 그 평균치로 수익이 나며 그 평균치가 각자 개인의 이익들로 나뉘게 됩니다. 

그렇기에 함께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서로 간의 소통을 중요시하고, 나의 일이 잘 진행되기 위해 팀의 일이 잘될 수 있도록 살펴볼 수 있는 마음과 태도를 갖추고 있다면 세부적인 기술들은 부족해도 상관없을 것 같습니다. 기술력을 높일 수 있도록 돕는 일들이 십 년 이상 제가 교육과 멘토링을 하면서 해왔던 일들이니까요. :-)


엑세스랩(주)의 개성 있는 문화는 무엇이 있을까요?

유명환: 아직 문화라고 할만한 거창한 내용은 없지만, 최소한 몇 가지 만큼은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첫째, 스트레스는 '일' 에서만 받자는 것입니다. 
보통 회사 생활에서 힘든 점 중 하나가 팀원 간, 조직 간 사람과의 관계에서 나오는 스트레스가 많은데 저희는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받지는 말자고 생각합니다. 

둘째, 놀 때는 확실히 놀자! 입니다. 
일명 샌드위치 데이로 불리는 날들은 웬만하면 쉽니다. 워크숍 역시 목요일에 가서 금요일에 오는 걸 원칙으로 삼고 있을 정도로 놀 땐 확실히 놀고 일할 땐 확실히 일하자는 주의입니다. 

셋째, '가족' 같은 팀웍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형체가 없는 물은 컵에 담기게 됐을 때 비로소 형태를 갖추게 되고 무엇보다 일정한 높이를 이루게 되는데 우리는 그 높이만큼 물을 마실 수 있습니다. 팀웍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역량은 서로 달라 일정한 형태가 없지만 그런 개인들이 모여 서로 팀이 됐을 때 형태를 띠게 되고 개인들 역량의 평균치가 팀의 역량이 되며 기업은 그만큼 수익을 만들 수 있게 됩니다. 따라서, 나뿐만 아니라 우리 팀원이 현재 문제가 생겼는지, 문제가 생겼다면 내가 도와서 일을 더 빨리 진행할 수는 없는지 서로 가족처럼 챙겨보고 생각하는 태도를 보이도록 계속 격려하고 있습니다.


임베디드 리눅스 전문 회사 (주)이분투로 첫 사업을 시작하셨는데, 사업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유명환: 첫 사업은 2005년 1월 1일부터 시작했습니다. ^^; 
병역특례를 마치자마자 창업을 하게 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이유가 약간 치기 어린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대학에 들어가 보니 고등학교 때까지 열심히 공부했던 내용과는 별개의 공부가 필요하단 사실을 느끼고 나서 인생의 큰 목표를 세우게 되었습니다. 적어도 마흔 살까지는 '일'을 통해 계속 공부를 하고, 마흔 살부터 쉰 살까지 공부한 내용을 가지고 돈을 벌고, 쉰 살부터 예순 살까지 그렇게 번 돈으로 연구소를 세워 저와 같이 어려운 집안 환경이지만 열심히 공부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을 채용해 공부하며 일을 할 수 있는 연구소로 성공 사례를 만들고, 일흔 살엔 이런 연구소를 해외에도 세우자는 목표이며, 그 목표는 현재도 진행 중입니다. :-) 

사업을 시작한 계기는 바로 이 목표(꿈) 때문이었는데요, 제가 몸담고 있던 회사가 다른 회사에 인수되면서 갑자기 '일' 이 없어지게 되었습니다. 일은 하지 않고 급여는 받는 상황이 저로선 40대까지 공부해야 하는 목표 때문에 참기 힘들었고 그래서 한 달 정도 준비해서 거의 막내였던 제가 회사 윗분들을 모시고 사업제안 발표를 하고 박수도 받았지만 결국 진행되지 않는 걸 보고 그냥 창업하게 됐습니다. '일'을 하고 싶어서 그랬다지만 또 다른 방법을 찾았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하기도 합니다. 

첫 창업 때 출시했던 제품은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교육용 키트로 지금도 "DK128" 이란 이름을 인터넷에 검색하면 빨간색 보드가 나오는데 감회가 새롭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보드 중 하나로 잘 알려진 아두이노(Arduino)보다 1년 먼저 점퍼 핀 & 케이블 방식과 Self-Programming 기반의 부트로더를 개발했지만, 오픈 소스와 커뮤니티라는 생태계를 몰랐기에 크게 성공하진 못했던 제품이라 지금도 무척 아쉽고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임베디드 리눅스 전문 회사에서 ARM 서버 회사를 시작하게 된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유명환: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별다른 준비 없이 창업했기에 살아남으려고 이런저런 용역들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중 가장 고생했던 용역 중 하나로 수락산 중턱에 있던 외곽순환도로 터널에 저희가 개발한 제품 140대를 납품하면서 워낙 많은 먼지를 마시고 나중에 삼겹살과 순대를 한동안 못 먹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렇게 몇 년 동안 용역을 맡다 보니 다양한 기술 경험은 쌓이게 됐지만, 돈도 많이 못 벌고 힘은 힘대로 들고 정말 소중했던 동료들이 하나둘 떠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더 이상 돈 때문에 용역을 맡지 말고 전 세계에서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보고 싶단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결심 후 정말 많은 고민을 거듭했지만 떠오르는 아이템은 모두 우리만이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지 않았고 그렇게 1년 이상 시간이 흘렀을 때 정말 우연한 자리에서 아이템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2010년 늦은 가을, 우연한 계기로 우분투 한국 커뮤니티에 초대받아 세미나 발표를 하게 되었고 이후 참석한 뒤풀이에서 커뮤니티의 매력에 빠져 이후 우분투 한국 커뮤니티 세미나를 직접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2011년 오픈스택 한국 커뮤니티 안재석 박사님을 세미나에 초대하여 발표를 듣게 되었는데 클라우드 인프라의 핵심 프로젝트가 우분투(Ubuntu) 리눅스라는 운영체제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는 내용을 듣자마자 그동안 어둡던 제 머릿속에 한 줄기 빛이 내려왔습니다. 

그 당시 안드로이드(Android)의 운영체제나 드라이버 등을 개발할 때 사용하던 운영체제가 우분투(Ubuntu)였는데 클라우드를 구축하기 위해서도 우분투를 사용한다니? 어차피 CPU 성능은 계속 올라갈 테고 그렇다면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부터 클라우드까지 적용 가능한 우분투와 ARM 칩을 가지고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해서 나오게 된 아이템이 ARM 칩을 기반으로 만드는 클라우드 컴퓨터였습니다. 쉽게 말해 애플(Apple)처럼 노트북, 데스크탑, 서버를 ARM 칩 기반으로 개발하되 모든 컴퓨터는 기본적으로 클라우드에 접속된 클라우드 기반 컴퓨터를 우분투(Ubuntu) 리눅스를 기반으로 개발하자는 기본 계획이 세워지게 되었습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건 가장 만들고 싶었던 제품이 바로 '노트북' 이였는데 여건상 가장 먼저 개발하기 시작한 게 바로 '서버' 였고, ARM 서버가 되었습니다.


엑세스랩(주)의 새해 목표가 궁금해요!

유명환: 무엇보다 "ARM 서버 납품" 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지금까지 몇 년 동안 개발해온 ARM 서버를 이제는 직접 납품하여 실제 서비스에 적용되는 사례를 국내와 해외에서 만드는 게 새해 가장 큰 목표입니다. 


올해 상반기 팁스(TIPS)에 선정되면서 초기 창업 자금과 연구 개발 자금을 확보하여 원활한 개발이 이뤄질 수 있게 되었고, 이제는 실제 납품과 적용 사례를 확보하여 최종적으로는 소프트뱅크의 비전 펀드를 받는 게 가장 큰 목표입니다. 


클라우드 관련하여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엣지 컴퓨팅(Edge Computing)의 경우 저희가 개발한 ARM 서버에게 가장 유리한 영역이며, 클라우드 네이티브(Cloud Native)에서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인 컨테이너(Container)의 경우 CPU 코어 개수가 중요한 부분인데 CPU 코어 대비 비용 측면에서 이 역시 ARM 서버가 가장 유리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살짝 새해에 예상되는 성과를 소개해 드리자면 미국 Packet 사의 Edge Computing에 현재 저희가 개발 중인 ARM 서버 모델 중 하나(V-Raptor SQ)가 상반기 중 적용될 예정이며, 역시 상반기 중 일본의 소프트뱅크에도 저희 제품을 들고 찾아갈 계획입니다. :-)


‘뻔뻔(FunFun)하게 배우는 임베디드 리눅스’ 책을 쓰셨어요. 다음 책을 기획한다면 어떤 내용을 담고 싶으신가요?

유명환: 사실 이미 다음 책에 대한 기획을 마쳤고 조금씩 쓰고 있는 중입니다. 


얼마 전 이 책에 대한 제목을 제 페이스북 지인분들께 요청하기도 했는데, 아두이노(Arduino) 보드를 아두이노 함수가 아닌 C 언어 기반으로 제어하고 이 모든 작업을 우분투(Ubuntu) 리눅스에서 진행하는 내용을 담고자 생각하고 있습니다. 


거창하게 4차 산업혁명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소프트웨어가 오픈 소스 기반으로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으며, 이 대부분이 리눅스 운영체제를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 대학교는 대부분 윈도우 기반의 획일화 된 환경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을 받는 게 현실입니다. 게다가 사물인터넷(IoT) 이나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개발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경험했다는 아두이노는 본래 개발용이 아니라 건축가나 예술가를 위해 개발된 보드로 실제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필요한 C언어 기반의 펌웨어(Firmware)나 레지스터(Register) 등에 대해선 모르는 학생들이 대부분인 상황을 조금이라도 바꿔보고자 기획한 책입니다. 


하나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해선 컴파일러와 시스템 라이브러리, 그리고, 그 두 가지를 통해 컴파일된 바이너리 파일에 대해 추가 작업(후가공)을 해주는 바이너리 유틸리티 등이 필요한 이유를 리눅스 명령어와 Makefile 등을 통해 하나씩 깨우쳐 나가도록 돕고,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의 핵심인 레지스터를 C언어로 제어하는 방법에 대해 최대한 그림을 활용하여 쉽게 쓰려고 노력 중인데 언제 끝날지 아직은 모르겠네요. (ㅠㅠ)


뻔뻔(FunFun) 유명환으로 알려지셨는데, 뻔뻔(FunFun)이라는 수식어는 어떻게 사용하게 되셨나요?

유명환: 네이버 카페 "당근이의 AVR 갖구놀기"에 올리던 필명이 "뻔뻔강사" 였는데 거기서 시작된 것 같습니다. :-)

본래는 예전에 강의하던 시절에 '뻔뻔' 하게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질문을 장려하면서 시작한 표현이었고, 나중에 제 삶의 가치관으로 삼게 되어 현재 제 영어 이름으로 사용 중에 있습니다. 실제 명함에 FunFun Yoo 로 적혀있어요!

FunFun 의 뜻은 다음과 같습니다.
F = fun, U = useful, N = new
즉, '재미있는 일을 쫓되 그 일이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고 기존과는 좀 다른 새로운 방법으로 하자' 라는 뜻을 담은 게 바로 뻔뻔(FunFun) 이라는 뜻입니다. 제가 살아가는 기준이기도 하고요. ^^


최근에 읽으신 책 중에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으세요?

유명환: 요즘 괜히 바쁘단 핑계로 인문 서적보다는 기술 서적들을 주로 읽어 이 질문을 받고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ㅠㅠ) 


그런데도 소설 중에 한 권 추천해 드리자면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 이란 소설로 잘 알려진 "장용민" 작가님의 최신작 "귀신나방"을 추천해 드려요. 


평소 추리소설을 좋아하는데 우리나라 작가분들 중 도진기 작가님과 장용민 작가님 책들은 빼놓지 않고 읽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최근에 나온 '귀신나방' 은 '앨런폴섬'의 '모레'라는 소설을 읽고 느꼈던 충격과 미국의 존 F. 케네디 암살을 엮는 기발한 발상을 선보여 무척 재미있게 읽었기에 추천해 드립니다.


강사와 멘토로서도 많은 활동을 하고 계시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유명환: 우연한 기회로 맡게 된 첫 강의가 완전 꽝! 이었습니다. 

얼마나 꽝! 이었냐면 강사료 지급이 보류될 정도로 꽝! 이었는데 그때 똑같은 교육기관에서 꼭 인정받겠다는 다짐을 하고 근 2년간, 3시간 정도 자면서 온갖 서적들과 자료들을 분석하며 준비한 강의가 실제로 나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을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의와 세미나를 하게 되었고, 실제로 저와 일하고 있는 동료들에게도 자신이 알고 있는 걸 다른 사람들과 나누다 보면 본인이 어떤 걸 알고 있고 어떤 걸 모르고 있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거라고 틈나는 대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외부 강연 및 커뮤니티 활동을 하면서 만나게 된 학생들의 고민 상담은 예전부터 계속해왔었지만, 멘토 활동은 외부 강연에서 만난 학생과의 약속으로 시작된 SW마에스트로 멘토 때부터 본격적으로 '멘토' 라 불렸던 것 같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강의 혹은 멘토링이 있으세요?

유명환: 10년 이상 수많은 강의를 했는데 그중에서도 손에 꼽는 강의 중 하나가 바로 장병들을 위한 강의입니다. 정말 많은 강의를 해왔지만, 군부대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진행한 강의는 특별한 환경과 수강생으로 인해 기억에 오래 남는 것 같습니다. 

3년 전 한국공개소프트웨어협회 요청으로 장병들을 위한 사물인터넷(IoT) 온라인 과정을 만들게 되었고, 제 온라인 교육을 수강한 학생 중 성적이 좋은 장병들을 모아 5일간 해커톤과 강의를 병행하고 그 중 우수작품에 대해 장관상까지 받게 되는 과정들이 굉장히 드라마틱하게 제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그리고, 작년 말 이제껏 수년 동안 진행해 온 과정이 아닌, 클라우드 관련 온라인 과정을 처음으로 준비하느라 무척 고생한 것 역시 기억에 남습니다.


최근 대학교 겸임교수도 시작하셨어요, 어떤 과목을 강의하고 계신가요? 한 학기를 마치신 소감이 궁금해요!

유명환: 한양대학교 ERICA 캠퍼스(안산)에서 이번 학기부터 겸임교수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맡은 강의는 1학년을 대상으로 '시스템 프로그래밍 기초'라는 과정을 통해 C 언어 프로그래밍을 가르쳤는데 솔직히 학생분들에게 죄송스러운 마음이 가득합니다. 

이제껏 해왔던 강의들은 주로 몇 시간 동안 쭉 진행하는 과정이 대부분이었는데 학교 강의는 일주일에 한 번씩 짧은 시간 진행하는 방식이어서 어떻게 진도를 맞춰야 할지 중간고사 전까지는 제대로 감을 잡지 못해 많이 죄송스럽고 미안해하고 있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앞에서 떠드는 사람은 듣는 분들의 리액션이 좋을수록 기운이 나는데, 수업을 듣는 학생들 모두 매우 쿨한 분들이어서 처음에 적응하기 어려웠던 건 소심한 변명입니다. (ㅠㅠ)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도 되고 수업도 제 스타일에 맞게 강의자료를 따로 만들어 진행하다 보니 조금 익숙해진 듯하지만, 벌써 기말고사 끝나고 방학이 시작되어, 내년 1학기 때 또 초기화되는 거 아닐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경험, 다양한 연령대의 개발자들을 많이 만나셨을 것 같아요. 1년 차, 3년 차, 5년 차, 10년 차 개발자들의 성장 요소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이 궁금해요!

유명환: 개인적으로 이런 질문이 사실 가장 어렵습니다. (ㅠㅠ) 


개발자도 분야마다 정말 다양하거든요. 크게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로 나뉘고, 하드웨어도 회로 설계와 PCB Layout, PCB 제작, 기구(Chassis) 개발로 나누어지듯이 소프트웨어도 다양한 분야로 나누어지기 때문에 각자 분야에 따라 의견들이 무척 다를 거 같아 상당히 어려운 질문이라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저 자신이 훌륭한 개발자가 못되기 때문에 더욱 의견을 제시하기 어렵기도 합니다.


다만 선배의 입장에서 그냥 제 생각을 조심스레 공유하자면 다음과 같아요. 


1년 차는 이제 막 개발을 시작하게 되는 시기로 박학다식(博學多識), 널리 배우고 경험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앞서 저희 하드웨어 기술 이사님 얘기에서도 말씀드렸지만 7년간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다가 하드웨어 개발로 전향할 수도 있듯이 본인이 어떤 분야에 가장 잘 맞는지 (적성을) 찾으려면 넓게 경험해봐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난 OOO 개발자니깐.. 하면서 특정 분야를 고집하기보다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분야가 있다면 다양하게 경험해보면 좋겠습니다. 저 역시 학교에서 전공은 네트워크였지만 첫 직장은 Java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로 시작했고 이후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를 접하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기에 보다 넓은 시야를 갖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하거든요.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더불어 개발자의 기초 체력을 다지는 시기가 되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나쁜 코딩 습관을 버리고, 끈질기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뻔해 보이는 시도라도 직접 확인해보는 삽질 능력과 함께 다른 팀원들에게 자신이 개발한 결과물을 쉽게 공유할 수 있는 소통 능력을 키우면 정말 다할 나위 없는 1년 차 시절을 보내지 않을까 합니다. 


3년 차 정도 되면 이제 팀원의 상태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1년 차에서 키우면 좋겠지만 보통 의견을 주로 듣는 시절이 1년 차였다면 3년 차부터는 자신의 이야기들을 남들과 교류하면서 소통하는 능력에 보다 시간을 할애하면 좋을 것 같아요. 더불어 3년 정도 경험했다면 이제 슬슬 자신의 전문분야를 찾아야 하는 시기도 이 시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역시 다른 사람들과 충분히 소통하며 찾아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5년 차 즈음부턴 회사의 방향도 조금씩 보일 테고 중소기업에서는 팀장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즈음부턴 나 자신의 발전만 살펴볼 게 아니라 팀원의 발전도 같이 살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팀원의 발전이 결국 나 자신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도 해봤으면 해요.


1만 시간의 법칙으로 대변되는 10년 차 즈음엔 이제 자신의 분야를 개척해보면 어떨까 싶어요. 어느 정도 축적된 경험과 경력, 노하우와 지식을 기반으로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분야를 최소한 고민이라도 해본다면 개척을 하던 안 하던 한 단계 더 높은 눈높이를 갖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후배들에게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보다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교육과 멘토링에도 참여하면 오히려 배울 수 있는 게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연차와 상관없이 개발자라면 반드시 커뮤니티 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고민을 하는 개발자들과 만나는 그 자체만으로도 본인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는 직접 적극적으로 참여해 봐야만 알 수 있고, 저 역시 바로 그 커뮤니티에서 저 자신과 회사의 비전을 발견한 경험자이기에 이것만큼은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회사 대표, 강사, 멘토가 아닌 한 개인으로서의 인생 목표는 무엇인가요?

유명환: 우리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고 떳떳하고 당당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콧물을 훌쩍거리며 촛불을 들었던 이유도 나중에 우리 아이들이 물어봤을 때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였듯이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고 할 수만 있다면 아이들이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는 아빠가 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해주세요!

유명환: 처음엔 가볍게 답하기 시작하다가 질문 하나하나에 대답을 하다 보니 어느새 이제까지의 제 인생을 돌아보게 되어 먼저 감사하단 말씀부터 드립니다. 

예전엔 누군가를 가르칠 수 있다고 착각한 적도 있었지만, 저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고 이제는 함께 성장하는 방법들에 대해 고민하고 그 고민의 결과를 실천해가면서 조금씩 조금씩 함께 성장하고 있습니다. 

어느 책 제목처럼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처럼 저와 함께 길을 걷고 있는 제 가족들과 제 동료들에게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즐거울 때나 힘겨울 때나 기쁨과 슬픔을 기꺼이 함께 해주는 지인분들께도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한때 우울증도 걸렸을 정도로 힘든 시기도 많았기에 지금의 저에게도 감사하고 있습니다. 힘든 시기를 겪으면서도 결국 끝까지 버텼고, 지금의 행복이 있었기에 저 자신에게도 감사하고 있습니다. 

뉴스와 기사를 볼 때마다 비난과 혐오가 난무하는 요즘입니다. 조금만 더 감사한 마음과 사는 여유를 갖는 따뜻한 연말, 행운과 행복이 함께 하는 새해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