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지앤선

글 - 이정현

2018년 10월 26일. <War of IT> 저자 김영욱님을 만나기 위해 광화문으로 향했다. 비가 많이 와서 이동하는 동안 걱정을 했었는데 광화문에 도착하니 거짓말처럼 맑게 하늘이 개었다. 한국 마이크로소프트 건물 11층에서 보니 광화문 경관이 더욱 일품이었다. 유머러스한 재담꾼, 높은 점프샷을 즐기는 장난꾸러기 이미지도 있지만 기술과 배움을 대하는 영욱님의 자세는 매우 진지했다. 왕성한 호기심도 하고 싶은 일을 꼭 실천하는 실행력도 대단하다. 솔직함, 그리고 따뜻함까지 겸비한 멋진 밀덕 개발자 영욱님을 함께 만나보자.





간단히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영욱(이하 영욱) :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에서 일하고 있는 김영욱입니다. 원래는 에반젤리스트로 일하다가 최근에 보직을 한번 옮겼어요. 공공사업인 에듀케이션 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에듀케이션 팀에서 가장 많이 하시는 업무는 무엇인가요? 직접 교육을 하시나요?

영욱 : 교육청, 대학교, 고등학교 같은 교육을 하는 사람들을 고객으로 다양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굉장히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어요. 목적을 달성하는데 교육만큼 좋은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몰라서 못 쓰는 것들이 많다보니 교육을 통해 많이 알리려고 합니다.



주로 어떤 분야를 다루시나요?

영욱 : MS에서 일한지 10년 정도 되었는데, 처음에는 Visual Studio, .NET 같은 것들이 주 였고 그 다음에는 UI/UX, Flex, Silverlight, WPF(Windows Presentation Foundation)를 다뤘어요. 그 다음에 윈도우즈 업무를 조금 보다가, 앱 만드는 것을 하다, 클라우드 분야를 했네요. 지금은 4차산업혁명이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어서 AI 관련 업무가 가장 많습니다.



AI 나 머신러닝 쪽으로 애저를 활용해서 실제로 적용해 보신 것은 무엇인가요?

영욱 : 단기간에 효과적으로 접목해 볼 수 있는 서비스는 역시 Chat Bot 서비스였습니다. Chat Bot 서비스는 굉장히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가장 짧은 시간 내에 만들었던 것은 이틀 만에 만든 서비스였어요. 매년 반복되는 연말정산이 있잖아요? 국내 대기업에는 연말정산 때가 되면 온 직원이 전화를 해서 문의를 해요. 그 것을 처리하기 위해서 기존에는 알바를 써서 대응을 하도록 했는데, 올 해에는 같이 만들었던 Chat Bot을 이용했어요. 변경된 세법 내용을 학습시켜서 Chat Bot을 만들어 일주일 정도 운영을 했어요. 하루에 800건 정도를 소화했고 그 중에 70% 정도는 정답을 찾아갔습니다. 20%는 잘못된 질문이었고 5% 정도는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낮으신 분들의 질문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질문 - “우리 형님이 내 카드로 안경을 샀는데 이거 연말정산에 해당되나?”

Bot - “잘못된 질문입니다.”

질문 - “아니, 우리 형님이 샀다고.”

Bot - “잘못된 질문입니다.”


그 다음부터는 욕도 나오구요. 하하

데이터를 수집하셨나요?

영욱 : 대화 내용을 수집도 했고, 실시간으로 모니터링도 했습니다. 대화 내용은 DB에 저장을 했습니다. 내년에는 수집한 대화를 학습시켜서 좀 더 정확도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먼데이 애저(Monday Azure)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고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페이지는 MS에서 공식으로 운영하는 것인가요? 개인적으로 기획하신 건가요?

영욱 : 먼데이 애저는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페이지입니다. 일단 가볍게 시작했어요. 나중에 공식적으로 할 것인지 논의해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지금은 혼자서 하는 것입니다.

Azure같이 MS 기술을 소개하실 때는 회사에 공식적으로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민감한 내용은 회사와 협의 하에 진행하시나요?

영욱 : 개인적으로 운영을 한다고 해도 사람들이 제가 어디서 일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완전히 개인적이라고 말씀드리긴 어려울 것 같아요. 그래서 추측, 예측은 다루지 않고 오피셜하게 발표된 내용 위주로만 다루고 있어요. 그리고 제가 이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PR 팀에서 다 알고 있구요. 가끔 피드백을 주고 받기도 합니다. 사실 어디까지가 일이고 어디까지가 개인적인 내용인지 구분하기 모호한 부분도 있어요. 저는 일과 생활의 밸런스를 맞추려 노력하기보다 그 것을 하나로 묶어서 생각하고 있습니다.

컨텐츠를 정하실 때 어떻게 정하시나요?

영욱 : 일단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첫 번째입니다. 대부분 난이도가 그리 어렵지 않아요. 그리고 너무 크리티컬 하지 않도록, 옵션 하나 때문에 뭔가 달라진다거나 하는 내용들은 배제하고 있습니다. 저는 잘 모르시는 기능, 정보를 찾는 유통 경로, 트렌드 같은 것들을 안내하고 있어요. 최근에 소개해드렸던 내용 중에 일본의 자율주행택시 운영에 대한 것이 있어요. 자동차 브랜드들이 2021년이면 자율주행차량을 판매할테고, 정말 이제 멀리 있는 이야기가 아니죠. 사회 구조도 많이 바뀌게 될 것이고요. 이런 내용들은 애저와 상관 없어도 소개하고 있어요.

이름이 먼데이 애저라서 MS 홍보 페이지로 오해할 여지가 있는데 사실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영욱 : 네, 그래서 최근에는 이름을 바꿔야 하나 하는 고민도 조금 하고 있습니다.

기획, 촬영, 편집 모두 혼자 하시는 것인가요?

영욱 : 네, 제가 다 합니다. 15분 정도 짜리 컨텐츠를 만드는데 편집 시간이 한 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것 같아요. 정말 최소한의 시간을 쓰기 위해서 여러 가지로 해보는데, 그래도 시간은 줄어들지 않더라고요.


먼데이 애저를 운영하시는 목적은 무엇인가요?

영욱 : 제 스스로 공부하기 위한 용도가 가장 커요. 이 페이지를 운영하기 위해서 꾸준히 공부하고 자료수집도 필요하거든요. 일주일에 30명이 봐도 내가 공부하는 것으로 만족한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봐주세요. 영상 1건이 보통 2400회 정도 뷰 카운트가 나옵니다. 유튜브 보다는 페이스북에서 더 많은 분들이 봐주세요. 보시는 분들이 많다보니 앞으로 어떻게 운영을 해야 하나 고민이 많이 됩니다.



최근에 부산에서 개발자 밋업 하셨죠?

영욱 : 네, 주민규 대표라고 부산에서 사업을 하고 계시는 분이 기획을 하셔서 예산, 발표자 등 필요한 것을 모두 준비하셔서 밋업을 하게 되었어요. 들으러 온 사람들이 매우 진지했어요. 부산이 뭔가를 자체적으로 진행하기에는 조금 인원이 부족하고, 그렇다고 포기하기에는 규모가 커요. 열심히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밋업에 대한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보니, 이런 밋업이 한 번 열리면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하시는 것 같아요. 질문도 많았고요.

서울에는 새로운 것들을 접하기 쉬운데 지방은 기회가 별로 없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부산에서 밋업을 하셔서 신선했어요.

영욱 : 거점 도시별로 커뮤니티를 열고 각 도시를 돌면서 밋업을 여는 식으로 앞으로 많은 기회를 만들면 좋겠어요. 부산 외에도 대구, 대전, 광주 이런 곳에서요.



새로운 컨텐츠나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서 나는 여기는 꼭 본다, 이 곳의 컨텐츠가 영감을 많이 준다, 하는 곳이 있다면?

영욱 : 저는 트위터를 많이 봐요. 페이스북은 타임라인에 개인적인 이슈들이 많은 편이에요. 반면 트위터는 정보성 라디오 같은 느낌이 들어요. MS에 팀이 많이 있는데요. AI 팀, 빅데이터 팀, 윈도우즈 팀 같은 팀의 공식 트위터를 팔로우를 해요. 최근에는 우버 엔지니어링 트위터 채널을 유심히 보고 있어요. 팔로우 하고 있으면 정보성 글들이 계속 올라와요. 새로운 서비스나 글 링크를 공유해 주고요.

공식 채널들을 팔로우 하셔서 활용하시는 거네요.

영욱 : 네, 그게 제일 빠르게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미국 ZDNet 트위터를 팔로우 해요. Mary Jo Foley 라는  MS 전문 기자가 있거든요. 이 분이 쓴 글을 보면 MS 직원보다 더 빠르게 소식을 전하기도 해요.

좋은 소스가 있나봐요.

영욱 : 그러게요. 저는 아니에요. 하하



MS에서 10년 넘게 계셨다고 하셨죠? 이직하지 않고 오랫동안 한 곳에 계실 수 있었던 원동력은?

영욱 : 저도 이렇게 오래 다닐 수 있을지 몰랐어요. 생각해보면 원래 있었던 에반젤리스트 팀이 정말 좋았어요. 하고 있었던 역할도 좋았던 것 같고요. 최근에 회사 안에서 보직을 옮긴 이유는, 사람이 나이들면서 생각이 달라 지더라고요. 기술이 정말 빠르게 바뀌고 있는데 실제 비즈니스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팀을 옮겼어요. 지금은 ATS(Account Technical Strategist)라는 롤로 바뀌었어요. 교육 기술 자문 역할이죠. 예를 들자면, 대학교에서 AI 과정을 도입하고 싶은데 한 개의 과목이 한 학기 동안 교육할 수 있는 시간이 16~18시간 정도거든요. 그 시간 동안 정말 교육을 할 수 있을 것인가. 효과적으로 교육을 하기 위해서 많은 부분을 레포트나 자율학습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마이크로소프트 프로페셔널 프로그램이라는 웹사이트가 있는데 이 안에 필요한 과정들이 다 있거든요. 이런 것들을 활용해서 어떻게 교육하면 좋을지 함께 고민하고 좀 더 실무에 가깝게 방안을 소개합니다. 실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직접 가서 교수님들, 학생들과 같이 이야기도 하고요.



최근에 팀을 옮기셨지만 에반젤리스트 일을 가장 오래하신거죠? 에반젤리스트가 정확히 뭔가요? 에반젤리스트로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영욱 : 번역을 하면 전도사이지요. 본사에서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가 나오면 빨리 전도하는 일을 해요. 처음에는 북치고 장구치고 이야기하고 다니는 게 일이었다면 그냥 전도만 해서는 사람들이 잘 안들으니까 갈수록 역할이 정교화되었어요. 최근에는 기술이 필요한 회사에 들어가서 같이 해커톤 형식으로 프로토타입을 코딩하기도 하고요. 해커톤이 끝나고 소스코드를 넘기고 실제 비즈니스에 접목되도록 돕는 일들을 했어요.

에반젤리스트로 일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였나요?

영욱 : 제일 힘들었을 때는 윈도우즈8이 나왔을 때에요. 무슨 이야기를 해도 사람들을 설득하기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사티아 나라야나 나델라(Satya Narayana Nadella) 회장님이 오시고 나서 윈도우즈 보다는 클라우드 비중이 더 중요하게 되면서 조금 바뀌었어요. 리눅스나 오픈소스 같은 MS 기술이 아닌 어떤 기술이라도 접목해서 비즈니스를 할 수 있게 되었죠. 저도 일하는데 자유도가 많이 높아졌고요. 고객이 원하는 기술을 다 접목해서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었어요.


저도 지금은 애저를 사용하고 있어요. 비즈 스파크 때문에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서비스를 시작하니 다른 곳으로 이전할 생각을 안하게 되네요. 그리고 애저의 테크니컬 서비스가 괜찮더라고요. 대응이 빠른 편이었어요.

영욱 : 여차하면 달려와서 멱살을 잡을 수도 있고요. 여기 윗층에 있거든요. 하하.

하하, 그렇네요. 좋네요.



자, 이제 책 이야기를 조금 하려고 합니다. <War of IT>는 어떻게 기획하게 되셨나요?

영욱 : 제가 밀덕(밀리터리 덕후)이기도 하고요. 하하. 뭔가 밀리터리와 관련된 글을 적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원래 월간 마이크로소프트웨어 잡지에 .NET에 대한 연재를 하고 있었는데, 하다보니 어느 순간 너무 지겨운거에요. 그래서 어느날 딱 한 번 이런 글을 적었어요. ‘세계2차대전 때 최고의 전차는 독일산 티거다. 근데 왜 망했을까? 그 이유는 전체적으로 제조했던 대수가 3천 몇 백대 정도로 너무 적어서. 그보다 성능이 못했지만 미국산 M4셔먼 전차, 구소련 T-34 전차는 수량이 만 단위로 많았다. 물량차에 의해 질 수 밖에 없었다. 앞으로 앱 시장은 어떤가? 안드로이드가 굉장히 강력해 질 것이다. 왜냐면, 물량이 심상치 않아서.’ 이런 식으로 썼더니 담당 편집장이 재미있다고, 앞으로 이런 식으로 써주면 안되겠냐고 하더라고요. 그리고는 <김영욱의 The War of IT>라는 컬럼이 생겼어요. 3년 넘게 컬럼을 연재를 했고 그 중에서 재밌는 내용을 모아서 책을 내게 되었죠.

내용 구성은 어떻게 하셨나요? 현대의 어떤 사건을 보면 과거 전쟁사와 바로 매칭이 되시나요? 아님 전쟁사를 공부하다 보면 그에 맞는 현재 상황이 떠오르나요?

영욱 : IT 기업들 뉴스보고 개발하고 하는 게 일이고 다큐멘터리 보고 책 보고 하는게 취미에요. 취미생활 할 때는 일과 관련해서 IT 기업들이 연관되어 떠오르고, 일을 할 때는 전쟁사가 연관되어 떠올라요.

두 분야를 모두 깊게 파다 보니 자연스럽게 융합이 되는 것 같아요. 책이 참 재밌었어요.

영욱 : 제 책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이야기가 있다죠. 하하.

War of IT 2를 기대해 볼 수 있을까요?

영욱 : 아직 2편을 기획하진 않고 있습니다. 지금은 파이선, 인공지능 쪽에 집중하고 있어서 책을 낸다면 그 쪽으로 낼 가능성이 높을 것 같아요. 2편은 조금 더 열화와 같은 성원이 있으면 (하하)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영욱 :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창업을 했을 때에요. 밖에 일이 있어서 일을 보고 사무실로 들어가는 길이었는데, 점심 때가 훌쩍 지난 시간이었어요. 밥을 먹으려고 보니까 주머니에 5천원이 없는거에요. 점심을 먹을 수 없었죠. 어느날 오랜만에 집에 전화를 걸었는데, ‘너무 무리하지 마라. 밥 잘 챙겨 먹어라.’ 하시는 거에요. 갑자기 눈물이 주르륵 나더라고요. 그때 정말 힘들었어요. 절대 쓰러지거나 무너지지 말자 하고 다짐을 했었죠.


좋았던 순간은, 결혼 이후에 SI 프로젝트를 하는 개발자로 4년 정도 살았어요. 다른 목적보다는 돈을 버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죠. 말도 안되는 일도 많이 하고 매우 척박한 환경이었는데, 그 와중에 MS MVP 라는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열심히 활동을 했었어요. 열심히 해서 MVP가 되었을 때, 뭔가 더 재밌는 것을 많이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정말 좋았어요.

그 감정이 이 회사에서 오랫동안 일을 할 수 있는 힘이 되었겠네요.

영욱 : 그 때 생각이 많이 납니다.

창업했을 때 많이 힘들었다고 하셨잖아요. 그 어려웠던 순간은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영욱 : 극복했다기 보다는 버틴 것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믿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고, 기다리는 다른 동료들도 있었고요. 포기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으로 끝까지 버텼고, 버틴 덕분에 회사를 잘 정리할 수 있었어요. 같이 있었던 사람들도 좋은 조건으로 다 다른 직장으로 옮길 수 있었고. 저도 좋은 사장님을 만나서 그 회사 팀장으로 개발을 하러 갔어요. 가장 큰 힘이 된 것은 부모님이었어요. 별다른 말씀을 하신 것은 아니지만, ‘밥 잘먹어라.’, ‘힘내라.’, ‘다 마음 먹기에 달려있다.’ 이런 단순한 이야기들이 제일 힘이 되었던 것 같아요.



이제 막 시작하는 개발자나 IT 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조언을 한 마디 해주신다면?

영욱 : 교과서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지만, 자기 자신을 한정 짓지 말고 모든 정보나 기회가 자기 자신을 관통할 수 있게끔 활짝 열어 놓았으면 좋겠습니다. 한 가지를 고집하는 것을 소신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시야가 좁아질 수 있거든요. ‘사이버 시큐리티 전문가가 되고 싶어요.’가 목표인 고등학생이 있었어요. 물론 그 분야가 어떤 목표가 될 수 있겠지만, 요새는 한 가지만 알아서 이룰 수 있는 것이 거의 없거든요. 제가 학교 다닐 때는 터보C만 잘하면 영웅이었어요. 그 것으로 뭐든지 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굉장히 많은 것을 넓고 깊게 알아야 하기 때문에, 뭔가를 한정짓지 않고 내 옆에 흘러가는 것들을 주위 사람들과 함께 잘 공부해나가면 좋겠어요.


멘토나 롤모델이 있나요?

영욱 : 조선상고사를 쓴 단재 신채호 선생님이 제 롤모델입니다. 굉장히 대쪽같은 분이셨어요. 원하는 것, 판단한 것이 있으면 그대로 실천하신 분이셨어요. 어느 정도였냐면 아침마다 세수할 때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세수를 하셨다고 해요. 옷은 다 버렸지만, 왜놈들에게 빼앗긴 이 땅에서 고개를 숙일 수 없다고 생각해서요. 조선상고사에 보면 민족들의 역량을 일깨우기 위해서는 교육이 제일 우선이라고 하셨고, 과거의 역사 중에서 감동적인 역사들을 찾아서 기록을 많이 하셨어요. 살수대첩 같은 것이 <조선상고사>에 나옵니다. <War of IT> 1장에 살수대첩을 인용한 것은 <조선상고사>를 보고 감동을 받아서 택한 것이기도 합니다. 저도 그 분 처럼 뭔가 뜻한 바가 있으면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중간에 흔들리는 경우가 많이 있거든요. 의지의 문제겠지요. 어릴 때부터 신채호 선생님을 많이 존경했습니다.



끝까지 밀고 나가며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영욱 : 작은 일들은 지금도 조금씩 실천하고 있습니다. 유튜브를 해보고 싶어서 시작했고요, 요새는 카메라를 하나 사서 vlog도 찍어 보고 있습니다. 퇴직하고 좀 더 나이들어서 하고 싶은 것은 좀 다른 것인데요. 예쁜 전기차를 하나 사서 동네마다 오래 머물면서 사진도 찍고 그 지역의 이야기를 담아서 책을 쓰고 싶어요. 특히 지명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어요. 저는 도로명 주소를 싫어해요. 억지로 없던 도로명을 지어서 지역의 히스토리가 많이 날아간 경우가 있거든요. 이 건물(한국 마이크로소프트)이 있는 곳은 중학동이에요. 조선 시대는 사학체제였는데, 원래는 동서남북에 학당을 만들고 가운데 중부학당을 만들자했지요. 결국 북학당을 못만들어서 결국 사학당이 되었는데, 이 건물이 있는 터가 중부학당이 있던 터예요. 그래서 여기 지명이 중학동이 된거죠. 의미를 알고 이 건물에 올라와 있으면 뭔가 유생처럼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해요. 하하. 찾아보면 지명들을 소개한 책들이 있기는 한데, 지역의 사진도 담고 유명한 사람들도 소개하고 해서 좀 더 캐주얼하게 볼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어요.



인터뷰를 마치며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해주세요.

영욱 : <War of IT>는 시간을 많이 쓰기도 했고, 부끄럽지만 스스로 감동스러워서 눈물을 찔끔 흘릴만큼 애착이 가는 책이에요. 하지만 시장의 반응이 조금 아쉬웠어요. 좀 더 성원을 보내주신다면 더 재밌는 전쟁사들을 모아서 2권에서 다시 한번 만나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힘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