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지앤선

    글 - 이정현


    국민대학교 소프트웨어학부 이민석 교수님을 만났다. 이번 인터뷰는 전과 달리 궁금한 점을 설문 받아 질문지를 작성했다. 비록 하루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다양한 질문을 수집해 어떤 질문을 할지 고르느라 골머리를 앓았다. 열정적이고 적극적인 이민석 교수님의 솔직, 시원시원한 인터뷰에 빠져보자!




    간단히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민석 교수 (이하 민석) : 저는 국민대학교 소프트웨어학부의 이민석 교수입니다.



    언제부터 IT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계기가 무엇인가요?

    민석 : 고등학교 때까지 컴퓨터를 잡지에서만 보고 동경했었습니다. 사실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고3 때를 빼고, 전자부품을 팔던 세운상가를 학교보다 더 자주 다녔을 정도로 뭔가 땜질해서 만드는 일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당연히 컴퓨터공학을 전공으로 선택했지요. 대학을 가서 FORTRAN 언어를 처음 배우고, 애플 컴퓨터를 사고 하면서 완전 빠져들었습니다. 



    (주)이미지시스템이라는 기업에서 연구소장을 하시다가 한성대학교에 교수로 부임하게 되신 것이죠? 어릴 때부터 연구직을 꿈꾸셨나요? 

    민석 :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순간이 있기는 했지만, 교수가 꿈은 아니었었던 같습니다. 초중고에서 겪었던 입시 중심의 학교 교육, 학교 시스템이 그리 마음에 들지는 않았어요. 어릴 때는 막연히 과학자가 꿈 이었는데, 내가 하고 싶은게 과학이 아니라 공학이란 것을 중학교 때 쯤 알았어요. 땜질에 빠져들었고, 컴퓨터를 배우고, 하드웨어를 만들고 하다가 선배와 박사과정 중간에 이미지시스템을 시작했습니다. 연구는 아니었고, 지금은 사라진 X-Terminal 하드웨어를 만들고, TCP/IP 프로토콜과 일부 응용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었습니다. 회사는 결국 성공하지는 못했고, 다시 학교에 돌아가 박사 학위를 받게되었습니다. 그때 만든 TCP/IP 소스코드는 몇 년 전에 github에 공개했습니다. 

    사실 연구를 하기위해서 대학원을 갔다기 보다는 회사에 가면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못할 것 같아서 제일 널널한 랩을 골라 석박사 과정을 하면서 여러 회사들과 재미있어 보이는 일들을 했습니다. 진짜 다양한 회사들과 개인적으로 프로젝트를 많이 했어요. 일을 하면서 소프트웨어를 제대로 배운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다고 느꼈고, 나라도 잘 가르쳐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된 것 같습니다.  


    교수라는 직업을 선택하신 이후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민석 : 교수라는 직업이 훌륭한 건, 내 말을 기억해 주는 사람이 다른 직업보다 조금 더 많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시장과 거리가 있는 직업이기도 해서 어느 순간 바깥 세계와 동기화가 잘 안될 수 있는데 그나마 저는 회사들과 일을 많이 했던 편이라 다행입니다. 아마도 7,8년 전, 어떤 커뮤니티 행사에서 기술 발표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제 앞에 꽤 유명한 개발자가 발표를 하고 다음이 제 순서였어요. 교수가 나오니까 청중 분위기가 좀 싸해지더라고요. 그 때 저를 잘 아는 개발자인 진행자가 “이민석 교수는 그런 교수가 아닙니다.”라고 한 것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그런’ 교수가 안되기 위해 진짜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현재 국민대학교에서 소프트웨어학부 교수직을 맡고 계시지요. 수업을 하고 계신가요? 학생들에게 주로 어떤 것을 가르치시나요? 교육을 할 때 어떤 부분을 가장 많이 신경쓰시나요?

    민석 : 원래 제 전공은 하드웨어, 임베디드 시스템, 운영체제 그런 겁니다. 지금은 보직 때문에 프로젝트 수업과 창업관련 수업을 주로 하고, 안타깝게도 전공 수업은 2016년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어떤 수업이든 제가 가장 많이 신경쓰는 것은 협업을 통해 같이 배우는 것입니다. 팀 프로젝트는 물론이고 코딩 과제도 항상 단계적으로 만들어 모두 각 단계의 결과 코드를 모두 공개하고 다른 학생의 좋은 코드를 보고 배워 다음 단계에서는 더 좋은 코드를 만들 수 있도록 합니다. 학생들의 좋은 코드와 나쁜 코드를 골라서 수업시간에 리뷰도 합니다.


    2016년부터 창업지원단을 맡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창업에 필요한 특정 교육을 담당하시는 건가요? 혹은 창업하는 사람(학생 및 일반인)에 대한 전반적인 지원(자금 지원, 교육 지원 등)을 총괄적으로 설계하시나요? 국민대학교 창업지원단을 소개한다면?

    민석 : 창업지원단은 학생과 일반인의 창업을 돕습니다. 창업 관련 교육도 하고, 아이디어부터 실제 창업에 이르는 전단계의 어려움을 같이 해결해 나갑니다. 창업 후에는 제품, 서비스를 잘 팔 수 있도록 도와주고 투자유치도 주선 합니다. 또 세금을 일부 위임받아 유망한 창업 초기 기업들에게 현금을 지원하는 사업도 합니다. 국민대학교 창업지원단은 학생들에게 자신에게도 장사꾼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고, 창업을 결심할 때의 거룩한 꿈이 온전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끝까지 돕는 일을 합니다. 


    개발자로서 회사에서 일할 때 중요한 덕목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개발 실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민석 : 우선 개발 실력이 중요하죠. 사람마다 잘하는 분야가 다르고 성장 속도도 다르지만 재미를 가지고 하기만 하면 개발 실력은 어느 순간에 단계적으로 상승하게 됩니다. 그러나 개발 실력보다 중요한 것은 사용자와의 공감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짜 사용자일 수도 있고, 다른 개발자일 수도 있지만 내 코드의 사용자 입장에서 기능과 API를 구현하고 테스트 할 줄 알아야 합니다. 공감 능력이 우리가 이야기하는 모든 개발 프로세스와 프랙티스의 바탕에 깔려있습니다.


    좋은 소프트웨어 회사는 어떤 회사라고 생각하시나요?

    민석 : 예전에 어떤 행사에서 이야기 한 적이 있는데, 그대로 인용하고 싶습니다. 

    "좋은 소프트웨어 회사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중요시 합니다. 또 사용자를 중요시 합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사람'에 대한 바른 생각을 가지게 돕습니다. 당연히 소프트웨어 회사는 다양한 경험을 한 개발자들로 구성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개발자가 코드 리뷰, 튜터링, 스터디 등으로 다른 개발자를 돕고 서로 배울 수 있게 합니다. 좋은 소프트웨어 회사는 개발자가 사용하는 공간과 장비에 적극 투자합니다. 개발자들의 시간을 절약해주는 모든 편익들을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고 판단합니다. 그리고 지원 스탭들도 개발자들이 최고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방안을 늘 고민합니다. 좋은 소프트웨어 회사는 출퇴근 시간으로 성과를 평가하지 않고 개발자들이 커뮤니티에 가서 기술을 뽐내주기를 원합니다. 좋은 소프트웨어 회사는  개발자들이 각자 가진 개성을 존중하며 개발자들이 가지는 잉여로운 시간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좋은 소프트웨어 회사는 개발자의 의견을 항상 들을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교수님에게 소프트웨어란?

    민석 : 우리는 이제 공기반 소프트웨어 반으로 숨을 쉽니다. 소프트웨어는 이제 세상을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도구입니다. 그런 거룩한 의미도 있지만, 제게 소프트웨어는 엄청나게 재미있는 장난감이었습니다. 제가 만든대로 돌아가는 장난감인거죠.. 더구나 그 장난감을 가지고 논 결과가 다른 사람의 삶을 조금 좋은 쪽, 편한 쪽으로 바꾼다는데 엄청난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모든 개발자는 개발하는 순간 이미 세상을 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프트웨어 분야 일을 하지 않으셨으면 어떤 일을 하셨을까요? 

    민석 : 저는 태생적으로 공돌이인 것이 분명합니다. 박사과정 때까지도, 컴퓨터나 무전기를 땜질해서 만드는 것을 취미로 했고, 알바도 하드웨어 만드는 일을 주로 했었습니다. 그래서 소프트웨어를 안했다면 하드웨어 쟁이를 했을 겁니다. 하드웨어를 만들면 당연히 소프트웨어도 적지않게 하게 되지만요. 나이가 들어 뭘 새로 공부하고 싶은가를 생각해본적이 있는데, 의학이 첫번째 후보였습니다. 사실 의학보다는 의공학이 하고 싶은 거였는데, 의학을 알면 훨씬 더 잘 할 수 있겠더라고요. 


    한국 오픈소스소프트웨어의 발전을 위해 바라는 점이 있다면?

    민석 : 오픈소스는 세상의 모든 혁신을 이끄는 가장 중요한 방법론입니다. 우리나라 모든 기업이 오픈소스를 쓰고 있고, 지금은 학교에서도 학생들에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생태계인데, 우리 기업들은 그들이 오픈소스로부터 얻는 혜택에 비하여 기여가 충분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개발자들의 공헌에 관한 당연한 존중도 아직 부족하다고 봅니다. 개발자들이 끊임없이 요구해야할텐데, 앞서 말한 좋은 소프트웨어 회사가 더 많이 나오면 우리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생태계도 더 풍요로와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공공부분도 개방을 해야 합니다. Active-X나 플러그인 제거는 물론이고, 공공에서 만들어지는 데이터, 세금으로 개발한 연구 개발 결과물과 가능한 선에서 개발 과정도 모두 공개해야합니다. 오픈만이 진정한 혁신을 빠르게 이뤄내는 방법입니다.



    해외 컨퍼런스를 다니실 때 경비를 어떻게 마련하시나요?

    민석 : 때에 따라 다릅니다. 제가 하는 연구과제와 관련이 있을 때는 연구비, 즉 세금이나 회사에서 지원한 예산으로 갑니다. 과제와 상관이 없는 컨퍼런스, 전시회는 당연히 자비로도 갑니다. 다행이 최근에는 진짜 바빠서 과제와 상관있는 컨퍼런스에만 가게되어, 제 돈은 거의 들지 않았습니다.



    최근 관심분야는 무엇인가요? 

    민석 : 국민대학교에 오픈소스소프트웨어 연구실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오픈소스 생태계를 위해 도움이 되는 기술적인 일들, 또 기술적이지는 않은 일들과 연구, 도구 등을 관심있게 보고 있습니다. 개발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 꿈이에요. 또 하나는 소프트웨어 교육인데, 개발자와 일반인 모두에게 어떻게 교육을 하는 것이 효과적인가, 또 효율적인가를 열심히 생각중입니다.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이 무엇인가요? 이유가 무엇인가요? 

    민석 : 가장 이란 단어가 상당한 압박인데요. (하하.) 기술서적이 아닌 것 두 권을 꼽을게요. '티벳 사자의 서' 와 '해커와 화가' 입니다. 하나는 사람의 삶에 대하여, 또 하나는 개발자 관점에서의 삶에 대한 강렬한 느낌을 줬습니다.



    직장인으로서 매너리즘에 빠지기도하고 슬럼프도 오곤합니다. 교수님도 슬럼프를 겪으셨나요? 언제였고,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민석 : 저도 당연히 매너리즘과 슬럼프에 빠집니다. 매너리즘은 그냥 인간의 본성인가 봐요. 늘 빠져있다가 영 아니다 싶으면 좀 지르고, 그냥 그렇게 삽니다. 최대한 일을 벌이지 않으려고 노력 중입니다. 슬럼프는 좀 복잡합니다. 느낄 수 있는 슬럼프는 나이가 들면서 좀 더 오는 것 같아요. 젊을 때는 재미있는 일이 너무 많아서 슬럼프가 올 새가 없었던 것 같고요. 지금은 소소하지 않은 여러사람을 설득해야 하는 일들이 생각대로 잘 안되는 것이 반복될 때, 드물게 슬럼프를 느끼곤 합니다. 잠시 헤매다가 돌아옵니다. 예전 회사다닐 때 들은 말을 생각하면서요. ‘That is Life” 라고.



    멘토나 롤모델이 있나요? 있다면 누구? 왜? 

    민석 : 제 롤모델은 애플의 꽤 긴 초창기 동안 기술적 기반을 제공한 스티브 워즈니악 입니다. 대학교 1학년 때 워즈니악이 만든 회로, 워즈니악이 만든 코드를 보고 처음으로 기술이 아름답다는 것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 열정과 진정성도 좋고요. 아직 만나보지는 못했습니다. 

    혼자 해결하기에 부족할 때마다 알만한 사람들에게 물어봅니다. 후배도 좋고, 선배도 좋고요. 어차피 모든 걸 스스로 결정해야하는데, 다른 모든 분들에게 생각하는 방법을 배우려고 노력합니다.



    이제 막 시작하는 개발자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민석 : 개발은 절대 쉽지 않습니다. 어느 시점인가 스스로 돌아볼 때 성장했다고 느끼는 때가 있는데, 그 시점은 아주 간단한 거라도 남들에 보여줄수 있을만한 뭔가를 만들고 진짜로 보여줄 때 입니다. 끝까지 가보는 경험이 중요합니다. 책을 사서 공부를 먼저 하고 만드는 것은 좋은 작전이 아니고, 만들면서 배우는 것이 방법입니다. 만들면서 배우면, 매일 매일 성공하는 인생이 되죠. 스스로 조금 성장했다고 느낄 때, 천천히 돌아보고 만들면서 알게된 것을 차근히 공부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그리고 자신과 비슷한 경로에 있는 사람들을 찾아 조금 앞서있는 사람에게 물어보고, 뒤쳐진 사람을 가르쳐주면서 배우면 훨씬 더 빨리 성장할 수 있습니다. 커뮤니티에 나가시기 바랍니다.



    생전에 가장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앞으로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민석 : 음. 내가 선택할 수는 없지만 복권 당첨도 한번 당해보고(?) 싶고요. 대통령도 해보고 싶었는데 문프를 보니 나는 정말 깜이 안되는구나를 느꼈고요. (하하) 이 분이 잘하시고 물러나면 이제 40대들이 모든 영역에서 뭘 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개발 관점에서는, 이런 서비스나 제품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날 때마다 적어 리스트를 만들고 있어요. 언젠가 만들겠지만 돈은 안될 것 같아요. 그리고 실험적이 아닌 규모로 지속가능한, 제대로된 학교가 만들어지는 걸 돕고 싶어요. 늘 그렇듯이 경쟁이야 있겠지만 모든 개발자들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데 일조를 하고 싶어요. 제가 땜질도 잘하고 줄(전문용어로 야스리라고 하는데)질도 진짜 잘하는데요, 그 놀라운 기술로 집안에 걸 수 있는 장식용 작품을 만들고 싶기도 하고요. 꼭 하고 싶은 일이 많네요. (하하) 최종적으로는 적당히 살다가 민폐끼치기 전에, 고집 쎄지기 전에 죽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