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지앤선


글 - 이정현


천호민 님은 <러닝 아카: 더 비기닝(2017)>, <C++ API 디자인(2014)>, <거침없이 배우는 CouchDB(2012)>를 지앤선에서 출간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책을 출간 했다고 한다. 현재 이베이코리아에서 근무 중이다. 두 아이의 아빠로서 육아를 시작한 이후로 커뮤니티 활동을 잘 하지 못하지만 기술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언제나 재밌게 개발하고 싶어하는 천호민 님을 만나보자.






간단히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천호민 (이하 호민) : 안녕하세요, 천호민입니다. 10년 훌쩍 넘게 개발자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현재 이베이코리아에 있습니다. 처음에는 .NET(닷넷) 개발자로 업을 시작했고 C#의 매력에 빠져서 관심있게 보다가 C# MVP도 3년 정도 했었어요. 영국에서 몇 년 살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처음 근무한 곳에서 스칼라를 접했고 Akka(아카) 기반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그 이후, 쿠팡을 거쳐 이베이코리아에 왔어요. 바쁜 회사일과 육아를 열심히 병행하고 있습니다.



Ebay Korea에서는 어떤 일을 하시나요?

호민 : 처음에는 상품 업무를 맡았구요, 지금은 셀러 관리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셀러 관리 시스템은 간단히 이야기 하면 관리하는 셀러가 더 많은 매출을 발생시키기 위해 현재 필요한게 무엇인지를 식별해서 그 방향대로 이끌어 갈 수 있는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앞으로 이커머스는 어떻게 발전할까요?

호민 : 음. 이커머스의 범위가 상당히 방대하다 보니 한 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간단하게 예를들면, 결제 시스템도 대표적으로 이커머스의 중요한 일부에요. 요즘 핀-테크의 거센 바람으로 결제 시스템들이 엄청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거든요. 이런 속도의 발전이라면, 단순히 구매하고자 하는 상품의 결제를 벗어나서 결제 시점에 최적화된 결제 방법을 제공해 주는 기능도 나올 거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소비 패턴을 고려해 금융 관점에서의 정확도 높은 포트폴리오를 제공해 줄 수도 있을 거에요.


그리고 우리가 구매하는 상품을 떠올릴 수 있는데, 구매할 수 있는 상품 즉, selection의 수는 계속해서 늘어가고 있어요. 다양한 상품이 개발되고 또 유형의 상품에서 무형의 서비스까지 그 범위를 넓혀 가고 있기 때문이죠. 좀 상상해 보면 이 무형의 서비스가 상당히 많이 생기면 아마도 유형의 재화와 결합된 다른 형태의 상품들이 많이 만들어 질 것 같아요. 결국 이커머스는 모든 재화와 서비스들이 융합된 형태로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는 방대한 양의 상품들이 채워질 것 같아요. 이 것들은 그냥 제 상상이에요. ‘가까운 미래에 정말 이렇게 될 거야’는 절대 아니구요. 이 분야에 있다 보니 그런 기류들이 눈에 조금씩 띄어서 저의 생각을 넓혀 본 거에요.



<러닝 아카 : 더 비기닝> 및 책 이야기

<러닝 아카 : 더 비기닝> 을 번역하게 된 계기가 흥미롭습니다. 책 서문에서 간단하게 설명을 하셨는데요. 카본 코드 테크놀로지를 그만두고 반 년이 지난 후 다시 아카에 관심을 갖게 되셨다고 하셨는데, 어떤 계기였나요?

호민 : 회사를 옮긴지 1년 정도 됐던 시점에 제가 맡고 있던 프로덕트가 MSA로 플랫폼 전환을 시작했어요. 그때 사용했던 기술 스택이 분산 환경을 지원하고 있었는데 내부적으로 아카를 사용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아카를 다시 한번 봐야 겠다라고 생각하고 적절한 책을 찾았죠.


이 책의 원서는 우연히 읽게 되신건가요?

호민 : 우연히는 아닌 것 같아요. 아카 책이 많지 않은 건 사실이에요. 당시 시중에 나와있던 대부분의 책의 목차들를 보고 고민해서 골랐던 것 같아요.


될 일은 막힘 없이 잘 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러닝 아카 : 더 비기닝> 번역서 시작이 정말 물 흐르듯이 잘 진행이 되었던 것 같아요. 번역을 하면서는 어땠나요?

호민 : 시작은 빠르게 진행 됐어요. 책의 대상 독자 층도 명확해서 좋은 시작점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원서 출판사에 메일을 보내 국내 계약된 출판사가 있는지 확인했고 없어서 지앤선을 통해서 계약을 하게 됐어요. 번역하는 과정은 늘 그렇듯 예상보다는 좀 더디게 진행되요. 회사 일도 바빴고 또 육아를 하는 중이어서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았죠. 조금 씩이라도 매일 매일 진행하는게 가장 좋은데, 저는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데 어려움이 있어요... 성격상. 지구력이 약하다고 이야기 하곤 하는데, 이런 점들 때문에 항상 목표 대비 진행 속도는 더뎠던 것 같아요. 대신 내용이 너무 어렵고 표현이 난해해서 애를 먹거나 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과거에 은유 표현을 자주 사용한 책을 번역 했었는데, 그 때는 번역이 너무 어려워서 저자에게 직접 메일을 보내 이게 무슨 뜻이냐고 물어서 진행하기도 했었거든요. 하하


어떤 프로젝트를 할 때 아카를 활용하면 좋을까요?

호민 : 아카의 특징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어요. 아카는 분산환경에서 동시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큰 특징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대규모 분산 환경에서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Scale-Out이 필요한 시스템에 적합해요. 뿐만 아니라, 아카는 계속해서 빠르게 그 범위를 넓히고 있는데, 눈에 띄는 것은 Fast Data라는 키워드를 많이 언급한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대규모의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는 분야에서도 한번 검토해 볼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은 개념 이해를 돕도록 연상하기 쉬운 예를 활용하고 간결한 예제를 친절하게, 자세하게 설명하는 것이 장점 같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호민 : 최고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아쉬운 점이기도 해요. 이 책은 대상 독자 층이 명확해요. 아카를 처음 접하시는 분들에게는 아카의 접근 문턱을 많이 낮춰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서 아카에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거에요. 그러다 보니 바로 여기에 아쉬운 부분이 있어요. 이 책은 아카에 대해서 깊이있게 다루지 않거든요. 국내에서 판매 중인 기술 서적 중에 아카를 다루는 책이 몇 권 안되요. 아카를 사용하시는 개발자 분들 중에는 아마 좀 더 심도 깊은 내용을 다루는 책에 대한 갈증이 있을 것 같은데, 그 부분을 만족시키지는 못할 거에요.


<러닝 아카 : 더 비기닝> 예비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하신다면? 이 책을 누가, 어떻게 읽으면 좀 더 도움이 될까요?

호민 : 아카에 관심이 있어서 혹은 필요해서 처음 접하시는 분들에게는 좋은 가이드가 될 거에요. 좀 더 효과적으로 학습하기 위해서 액터 시스템에 대한 내용을 먼저 알고 계시면 좋을 것 같아요. 거창하게 액터 시스템을 설명하는 기술 자료나 논문 같은 것은  보지 않으셔도 되요. 그냥 조금 자세히 설명되어 있는 기사나 블로그면 충분할 것 같아요.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필요한 부분에서 정보들을 추가로 찾아 가면서 보시면 되요. 예를 들면, 분산환경에 대한 내용을 모르면 한 번 찾아 보고, 동시성 문제가 궁금하면 그 부분을 좀 더 찾아 보는거죠.

한 가지 중요한게 있는데, 이건 비단 이 책을 읽을 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기술 서적을 읽을 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부분이에요. 눈으로만 읽지 마시고 꼭 예제 코드를 따라서 코딩해 보시면 효과가 훨씬 더 높아 집니다. 꼭 코드를 따라 해 보시기 바라요.


책을 여러 권 출간하셨는데, 비결은?

호민 : 비결이라 할 만한 것 없이 자연스럽게 그리 된 것 같아요. 지금까지 1권의 저서와 4권의 번역서를 냈습니다. 처음 책을 쓸 때는 마침 관심있어서 공부하던 기술의 출간을 제안 받아서 재밌겠다는 생각에 시작했고(하지만 엄청 고생 했죠), 첫 번역은 저한테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 시작 했어요(역시 엄청 고생했죠). 그 이후에는 ‘내가 번역한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의뢰 들어온 책을 번역하거나 반대로 이번 처럼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제안하기도 했죠. 그런데, 몇 권의 책을 출간하다 보니 점점 아쉬운 생각이 많이 들어요. 좀 더 완성도를 높여야 하는데 아직은 그러지 못한 것 같아서요.


지금 준비중인 책이 있나요? 혹, 앞으로 쓰고 싶은 책이 있다면?

호민 : 아니요. 한 동안은 책을 내지 않으려고 해요. 앞서 언급했지만 아쉬운 점이 계속 많아지더라구요. 그래서 정말 아쉬움 없는 책을 낼 수 있도록 저 스스로를 준비한 후에, 번역서가 아닌 저서를 내고 싶어요. 그 주제가 무엇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 재미있고 많이 도움이 될 만한 주제일 거에요.



영국에서 일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영국은 어떻게 가게 되셨나요?

호민 : 기회를 열심히 찾았어요. 해외에서 개발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일자리를 찾았고 지원해서 몇 차례의 인터뷰를 거쳐서 가게 됐죠.


영국에서의 직장생활과 국내 직장생활의 차이가 있다면?

호민 : 한 마디로, 여유가 있어요. 영국 넘어 가기 전에 점심 시간에도 일을 했어요. 그런데, 영국에서 일을 할 때는 분위기가 완전 달랐어요. 뭐랄까 약간 전투적인 자세가 제게 남아 있어서 늘 약간의 긴장감을 갖고 있었는데 그 곳의 친구들은 그렇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생각이 많이 바뀌게 되었죠.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나요?

호민 : 늘 회사에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해요. 피카디리 서커스 근처 클럽에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했어요. 1층이 레스토랑이었고 지하는 클럽이었는데, 저녁 먹고 내려가서 정말 신나게 춤도 췄어요. 좀 놀랐던게 마침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유행했던 시기라 노래가 나오더라고요. 반가운 노래에 맞춰 재미있게 춤추며 놀았어요.



해외에서 일하기 원하는 개발자들이 많습니다. 조언을 한다면?

호민 : 해외에 나가기 전에 항상 어려움을 먼저 생각하는 것 같아요. 언어의 어려움이나 인터뷰의 어려움 등등요. 그런데, 이런 어려움 말고 가능성을 먼저 생각해 보면 더 좋을 것 같아요. 해외에서 개발자를 채용하는 사람들은 지원자가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엄청 영어를 잘해야 하는 건 아니에요. 물론 인터뷰는 스킬이 필요해요. 본인이 가진 기술적인 지식을 바탕으로요. 인터뷰는 많이 볼수록 늘거든요. 그래서, 긍정적인 가능성을 먼저 보고 계속 시도해 보았으면 합니다.



최근 관심 분야는 무엇인가요?

호민 : 블록체인에 관심이 있어요. 아직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고 있거나 하진 않지만 곧 마음 굳게 먹고 시작해 보려고 하고 있어요. 코틀린도 관심이 있어서 조금씩 자료를 찾아 보는 중이에요.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은 무엇인가요? 이유는?

호민 : 제가 여러 분야의 책을 잘 읽지 못해요. 불균형이 심하고 주로 기술 서적을 읽어요. 최근에 다시 읽었던 <클린 코드>가 많이 생각이 나네요. 어떤 구절은 정말 주옥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내용들이 많아요.



개발자로서 회사에서 일할 때 중요한 덕목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호민 : 제 페이스북 친구 분이 얼마 전에 이런 글을 올리셨더라구요. 뭐니뭐니 해도 개발자의 가장 큰 덕목은 인성이라고. 이 말에 많이 동의해요. 개발은 혼자 하는게 아니고 전적으로 협업해서 만드는데 커뮤니케이션이 어렵고 사람을 배려하지 못하는 사람과 일 할 때 만큼 어려운 건 없는 것 같아요.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호민 : 여러 가지가 머릿속을 스쳐가는데, 저희 아이들이 태어났던 순간이 많이 떠올라요. 막 동이 트기 직전 새벽에 분만실에서 세상 밖으로 나와 제 손에서 울고 있던 첫 째 아이가 벌써 6살이 되었고 아주 사랑스런 아이로 잘 자라주고 있어요. 그리고 아직 14개월 밖에 안된 꼬꼬맹이 둘 째는 잠도 안자고 잘 먹지도 않지만 역시 너무 사랑스럽게 자라고 있어요. 두 아이들이 태어났던 장면들이 요즘엔 종종 떠올라요.



이제 막 시작하는 개발자나 IT 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조언을 한 마디 해주신다면?

호민 : 그냥 하나 하나 기본기를 닦으면서 열심히 생활 하시길 바랍니다. 너무 빨리 가려고 하지 마시고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시면 꼭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호민 : 잘 모르겠어요. 요즘엔 그런 걸 생각할 여유가 없어서… 예전부터 막연하게 생각만 하고 있던 것이 있는데, 언젠가는 정말 좋은 책을 한 권 쓰고 싶다는 욕심은 있어요.



인터뷰를 마치며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해주세요.

호민 : 질문이 많아서 힘들었어요. ㅎㅎ 올 해가 다 가고 있는데, 각자 나름대로의 한 해 정리 잘 하시길 바라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