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지앤선

인터뷰 및 편집 : 아델라 월간지앤선 편집장

 

본편은 '[2020릴레이인터뷰] 세 번째 주자, 엔지니어 김용균 (2)' 편을 이은 연재물입니다. 김용균님이 거쳐온 프로그래밍에 대한 시작부터 현재가 궁금하시다면, 전 편을 읽어주세요. :)

 


 

안녕하세요, 김용균입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작고 단단한 코드를 작성하는 일을 합니다.

웹의 자유로운 접근성을 좋아합니다.

프로그래밍 언어,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커뮤니티에 관심이 많습니다.

지금은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에서 공부하고 있으며 커뮤니티 이상한모임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의 유학생활

 

Q. 미국에서는 어떤 공부를 하고 계시나요?


컴퓨터과학으로 편입하려고 커뮤니티 컬리지에서 학점을 만들고 있습니다. 편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고민 중이에요. 또한 어떤 세부 분야를 공부하고 싶은지도 아직 생각 중입니다.


그동안 저는 컴퓨터와 프로그래밍을 학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었어요. 컴퓨터과학이라는 과목을 학문적으로 깊이 있게 배운다는 것은 어떤 것일지 궁금하고 기대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는 실무에 필요한 내용을 배우곤 했는데, 아무래도 호흡이 긴 학습을 해야 할 때는 조금 어려운 점이 있더라고요. 당장 코드를 작성하면서 코딩을 하고 싶지만, 학교가 제안하는 커리큘럼을 기준으로 학습하는 과정에 익숙해지려고 합니다.

 

제가 공부하고 있는 이 커뮤니티 컬리지에서는 평가가 상당히 세분화되어 있고 과제량도 방대합니다.  중간고사를 여러 번 보는 과목도 있고요. 비록 한국에서는 컴퓨터사이언스 전공을 하지는 않았지만, 한국 대학과는 다른 점이 몇 가지 있어요. 한국 대학에서는 시험 예시도 명확하지도 않았고 공부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가이드도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에 비해 이 학교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무엇을 공부 해야 하는지도 정확하게 안내합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애매한 부분은 언제든 물어봐도 괜찮은 학습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한국에서의  교수님은 권위적이란 인상이 컸는데, 여기는 함께 공부하는 동료로 여길 수 있을 정도니까요.

 

Q. 미국 생활은 어떤 점이 좋으신가요?


반려자와 함께 지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습니다. 그동안 장거리 연애로 서로 고생했었는데 마음 편하게 함께 웃고 시간 보낼 수 있어서 행복하네요. 미국에 와서는 식물들과 더 가깝게 지내고 있습니다. 앞마당에 꽃과 나무를 심으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작은 규모여서 관개공사를 직접 하기도 했는데 유튜브에 올라온 수많은 강의가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또 미국에 온 이후로 초창기 컴퓨터를 모으고 있기도 한데, 아무래도 COVID-19로 바깥 활동이 자유롭지 않아, 베이직을 공부하는 등 유튜브로 많은 자료를 접하고 있습니다. 

 

Q. 미국에서의 생활에 적응하기까지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제가 여기 미국에 오기 전에는 호주에 있었습니다. 처음에 호주로 갈 적에는 아는 사람 하나 없이 정착하기까지 많은 일과 해프닝이 있었지만, 그 과정에 비해 미국에서는 꽤 안정적인 시작을 할 수 있었습니다. 반려자 덕분이에요. 

타지로 이주한 많은 분들이 해외 생활이 잘 안 맞아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꽤 많이 봤었어요. 그래도 저는 타지 생활 대한 감각이 무뎌져서인지, 어디서든 잘 적응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이 지역은 꽤 건조해서 피부가 거칠어지는 것이 느껴지기도 하고 바다와 먼 곳에 산다는 점이 제겐 아직 어색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별문제 없이 잘 지내고 있네요.

 

Q. 호주와 한국에 그리운 게 있나요?

 

호주에는 멜버른의 커피와 자연이 그립습니다. 특히 바로 집 앞에 있던 카페는 음식도 맛있고 커피도 맛있었는데 생각이 많이 나네요. 반려자도 커피를 좋아해서 멜버른을 항상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호주에서 알고 지낸 분들께 많은 도움을 받아서 편하게 지낼 수 있었는데 다 보답하지 못하고 이렇게 불쑥 나와버린 것 같아서 죄송한 마음도 좀 들기도 하고요.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하고 조만간 다시 방문하고 싶습니다.

 

한국에 그리운 것으로는 가족이 제일 먼저 생각나네요. 또 제 고향이 제주라서 제주 음식도 그립습니다. 제주도를 떠나기 전까지는 그렇게 아름다운 곳이란걸 잘 몰랐는데 떠나고 나서는 제주도만큼 멋진 곳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네요. 요즘 한국에서도 재미있는 개발자 행사도 많아 보이고 멋진 회사도 많아서 한국에서 다시 일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특히 커뮤니티 활동도 제대로 해보고 싶기도 하고요.

 

호주에 있을 때는 책도 무척 그리웠었는데, 아무래도 미국은 수요가 많아선지 한국 책도 주문이 가능하더라고요. 한국에 비하면 당연히 조금 비싸지만, 책을 구입할 수 있게 되어 좋습니다.

 

 

커뮤니티, 그리고 이상한모임

 

Q. 어떤 계기로 현재까지 커뮤니티 활동을 하고 있게 되었나요? 


제주에 소재한 웹에이전시에 근무할 적에는 php 개발 포럼에 참가하는 것이 다 였어요. 그러다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고, Coursera에서 열린 Startup Engineering 강좌를 함께 들었던 분들과 ‘이상한 모임’이라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참여했었습니다. 이상한 모임은 지금까지도 활동이 이어지고 있어요. 함께 모여서 각자 할 일을 하자는 취지로 시작해서, 현재는 팀블로그와 함께 IT분야의 다양한 직군을 관통하는 관심사를 주제로 컨퍼런스와 세미나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편 호주와 한국은 시차가 많이 나지 않아서, 온라인으로 동시에 모여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게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미국에 오고서부터는 시차 문제로 활동에 거의 참여를 못하고 있어 많이 아쉽습니다. 더군다나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니 더욱 참여가 어렵고요. 앞으로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지 고민 중입니다.


Q. 커뮤니티 활동을 하면 어떤 즐거움을 느끼나요? 


혼자서 하기 어려운 일들을 자신과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해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커뮤니티 활동은 몹시 매력적입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이더라도, 같거나 비슷한 분야의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 깊게 공감할 수 있는 대화를 할 수 있게 되고요. 또한 제 고민이 저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도 무척 위안이 될 때가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고민을 해결했는지 들으면서 성장할 수 있게 되기도 하더라고요. 저 역시 커뮤니티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얻었기 때문에, 보답을 하고자 커뮤니티에 기여하려고 합니다. 이러한 점이 저에겐 큰 즐거움으로 다가오네요.

 

Q. 앞으로는  커뮤니티에 어떤 기여를 하고 싶은가요?


저는 그동안 온라인으로만 이상한 모임 활동을 해왔습니다. 오프라인 모임은 하나도 돕지 못해서 좀 아쉬웠었는데, 최근 COVID-19로 인해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 빈도가 조금씩 늘어나면서 온라인 활동에 대한 고찰을 하게 되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온라인에서도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꾸릴 수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 같습니다. 저희 이상한 모임에서는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관리하는데 도움이 되는 도구를 만들려고 중입니다. 이 도구가 온라인으로 활동하시는 활동가를 포함해 크고 작은 커뮤니티에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Q. 용균님이 여자 개발자들의 이야기를 공유해주시고, 또 여자 개발자들이 더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늘 응원하시고 계신 모습을 많이 엿보았어요. 자신의 의견을 앞세우는 게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을 텐데, 그에 대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사회적 약자/소수자에게 더 많은 목소리를 낼 공간을 마련해 드리는 일이 지금 제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기계적인 평등을 주장하는 분들과 맞서 싸울 수도 있겠지만, 저희가 사회적인 약자를 위한 환경을 점점 더 많이 조성하여 점차 사회적인 분위기를 바꾸고 싶어요. 그렇게 되면 인식이 채 개선되지 않은 사람은 자연스럽게 도태될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바뀔 수는 없으니 장기적인 관점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 사사건건 제가 말을 얹기보다는, 먼저 듣고 연대하고 힘을 실어주는 일에 비중을 실으려고 합니다.

 


 

Q. 끝으로 지앤선 독자분들께 드리고픈 말씀이 있으신가요?

 

혼자 고민하는 것보다 누군가에게 물어보는 과정에서 배우는게 참 많은 것 같습니다. 꼭 프로그래밍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일에 이 방법을 적용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모르는 부분을 잘 정리해서 질문하는 과정이 습관으로 정착되면 질문에 대한 답을 효율적으로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본인이 문제를 더 잘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더라고요.

저는 내성적인 성격이라 부끄러워서 잘 모르는 사람들과 대화하거나 그들에게 질문하는 일이 좀 두려울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질문에 집중하면, 두려움이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질문을 할 때 많은 비용을 지출하는게 아니니까요. 고민이 있다면 사람들에게 먼저 연락하고 물어보세요.

만약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중 고민이나 질문이 담긴 메일을 받으셨다면 잘 답변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경력이 쌓이면 숨쉬듯 할 수 있는 일이라, 쉽게 구글링으로 답을 얻을 수 있겠지만 경험이 부족한 누군가는 키워드조차 알지 못해서 한참을 뒤적거리다 원하는 답을 못 찾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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