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지앤선

인터뷰 및 편집 : 아델라 월간지앤선 편집장

 

2020년 월간지앤선 2월호 인터뷰이는 스튜디오 SOTT의 개발자 눈눈, 아티스트 토트입니다. 이 두 사람은 2019년에 호텔 소울즈(Hotel Sowls)라는 인디게임을 만들어 출시했는데요. 최근에는 일본어로 번역하여 일본판도 내었다고 합니다. 으스스한 호텔에서 만나볼 수 있는 귀여운 캐릭터는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호텔소울즈 출시까지

 

 

Q. 호텔 소울즈는 어떤 게임인가요?

토트: 호텔 소울즈는 미스테리 어드벤쳐 게임이자 포인트 앤드 클릭 게임입니다. 주변 환경을 클릭해서 인터렉션 할 수 있는 게임인데요. 어떤 사람이 우연히 호텔에 들어갔다가 소중한 물건을 잃어버리면 겪게 되는 이벤트로 스토리가 구성되어 있습니다. 인디게임이나 어드벤쳐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이며,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Q. 최근에는 일본어판 출시를 하셨는데 반응이 어떤가요. 

눈눈: 잘 팔리는 중입니다. 일본어 리뷰도 계속 올라오고, 실황(게임 스트리밍 방송)도 꾸준히 업로드되고 있습니다. 

 

토트: 리뷰를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일본의 팬 분께서 ‘호텔 소울즈는 명작’이라고 길게 리뷰를 써 주셔서 인상 깊었습니다.

 

눈눈: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이 말을 듣기 위해서 호텔소울즈를 만들었겠구나’라는 생각마저 들었어요. 저희가 전하고자 했던 메세지가 누군가에게 완벽하게 전해졌다는 걸 글로 보았을 때 굉장히 보람찼습니다. 아낌없는 칭찬을 해주셨을 뿐만 아니라, 일본어 번역 검수 같은 다양한 일을 도와주고 계십니다.  구체적으로는 일본 내부 스토어 방침을 알려주시거나, 홍보 방법을 고안해서 도와주시고 계세요.

 

토트: 저희 게임이 그 분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Q. 호텔 소울즈를 개발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토트: 제가 재학했던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디자인학부 소모임 연합 전시 ‘퓨휴전'에서  작은 게임을 만들어 전시한 적이 있습니다. 재밌게 개발했던 기억이 남아, 이참에 게임을 하나 더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마침 오래 붙어 다녔던 눈눈에게 이야기를 꺼내 보았습니다.

 

눈눈: 토트가 호텔이 나오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하길래 ‘만들면 되지!’ 하고 강의실에서 이것저것 낙서하다가 개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토트: 맨 처음에는 낙서부터 시작했어요. 주인공이 호텔에서 어떤 일을 겪을지 구상해 이미지를 그려보았습니다. 기획 전 브레인스토밍 단계였던 것 같아요. 그리고 눈눈과 ‘게임에 날짜 시스템을 넣어보자’, ‘어떤 공간을 넣어보자’, ‘지하에 숨겨진 공간을 넣어보자’ 정도를 구상해보았고, 그 뒤에 날짜별로 일어나는 이벤트를 세분화해 본격적인 기획을 시작했습니다. 

 

눈눈: 모든 걸 조금씩 점차 진행했어요. 조금씩 기획하면서 기획에 해당하는 아트를 그리고 그에 대한 프로그래밍도 맞춰 작업했습니다. 예를 들어 1일 차 이벤트를 구상한다면, 그 다음에 무슨 이벤트를 넣을지 논의하고, 그다음 그림을 그리고, 그 다음 개발을 하는 식이요. 그렇게  2일차가 나오게 됩니다. 기획과 아트가 다 나와야 개발을 시작할 수 있었어요. 이 방식으로 작업하지 않으면 그림 그리기와 개발 진행 과정 간의 간극이 커질 것 같더라고요. 아무래도 저희는 2인이 모든 걸 해야 하니까요. 무엇보다 그때는 게임 출시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기 때문에 무모하게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웃음) 뭐든지 도전하면 될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토하는 분수가 이렇게 귀여울 수 있나요?

 

Q. 대단하세요. 출시는 어떻게 하셨나요

눈눈: 펀딩은 텀블벅으로 진행했고, 텀블벅 리워드로는 스팀 키를 제공했었습니다. 출시 플랫폼으로 스팀을 꼽은 이유는 게임 플레이어 대다수가 스팀을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토트: 처음에는 이 정도 규모로 출시할 계획은 아니었어요. 프로젝트 마무리를 하겠다는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서 목표금액으로 150만원을 잡고, 토이 프로젝트 정도의 작은 규모로 시작했습니다. 진행하다가 입소문을 타 펀딩 금액이 목표금액을 넘어서더라고요. 그에 보답하기 위해 미니게임보다는 조금 더 크게 게임 볼륨을 키워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예를 들어 스토리를 수집하는 요소(게임 내 ‘저널’)가 처음 기획에는 없었는데 들어가게 되었어요. 최종적으로 2,200만 원 정도 펀딩을 받았습니다. 지금까지의 기록에 따르면 스튜디오 소트가 텀블벅 비디오 게임 부분에서 목표금액 대비 모인금액 퍼센트가 가장 높았습니다.(1,430%)

 

텀블벅으로 펀딩받길 잘했던 것 같습니다. 게임 플레이를 하는 사람들이 어떤 기대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저희 게임에 돈을 쓸 의향도 있을 거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고요. 개인적으로 저는 아티스트로서 그 점이 신기했습니다. 아무래도 제 그림은 마이너 하다고 생각했는데,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요. 어떤 분은 취향저격 당했다고까지 말씀하셔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눈눈: 큰 금액을 펀딩받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점이 몇 가지 있어요. 외주로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을 넣을 수 있었고, 영어 번역도 전문가에게 맡길 수 있었습니다. 이에 드는 돈이 몇백만원 단위였는데, 아무래도 학생에겐 큰돈이기 때문에 펀딩 덕분에 가능했었습니다. 또 작업 장소 비용으로도 쓸모 있게 잘 썼습니다.

 

앞서 토트가 말했던 것처럼 펀딩이 많이 되어서 약속했던 것보다 볼륨이 커졌어요. 처음 기획 단계에서 예상했던 플레이타임은 1시간 정도밖에 안된다고 여겼는데, 스토리도 길게 하고 엔딩도 여러 개 넣다 보니 인당 2시간 반에서 3시간 정도로 플레이타임이 늘어났습니다. 

 

Q. 호텔 소울즈를 만들 때 영감은 어디서 얻으셨나요? 

눈눈: 힐릭스(Hylics)입니다. 토트가 먼저 플레이해서 소개해주어 알게 되었습니다.

 

토트: 저는 아트워크가 특이한 작가를 찾아다니는 게 취미라 힐릭스를 알게 되었습니다. 힐릭스는 비쥬얼이 아주 독특하고 아름다운 게임이에요. 그 게임 덕에 비주얼에 중점을 두는 게임이 있을 수 있구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답니다. 물론 호텔 소울즈는 모든 비중을 비쥬얼에 두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영감을 많이 받았던 것 같습니다. 

 


스튜디오 SOTT

 

 

Q. 팀원이 두 명인데, 서로가 있어서 좋았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토트: 저는 눈눈과 뜻도 잘 맞았고, 정신적인 소비 없이 게임 개발을 할 수 있었다는 점이 너무 좋았습니다. 눈눈과 토트여서 더 즐겁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는 눈눈이 하는 일을 확인하지 않아도 알아서 했을 거라고 믿을 수 있거든요.

 

눈눈: 웬만해서는 서로 하고 싶은 걸 각자 양보해 가면서 절충해가며 의사결정 했었습니다. 서로를 배려했기 때문에 한 번도 싸우지 않고 작업을 잘해나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서로를 믿을 수 있었다는 점이 좋았어요. ‘지금 내가 일하기 힘든 상황일 때 파트너가 잘 커버해주겠지!’ 하고 믿고 있을 수 있었습니다. 1인 개발로 했더라면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웃음)

 

Q. 두 분은 게임 취향이 비슷하신가요?

눈눈: 겹치는 것도 있고 다른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둘 다 재밌게 했던 게임은 롤러코스터 타이쿤 오마주와 심즈(SIMS) 정도가 있는 것 같네요.

 

요즘에 저는 림 월드(Rim World), 굶지마-돈 스타브(Don’t starve), 링 피트라는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생존 시뮬레이션이 재밌어서 나중에 한번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심즈를 좋아했고, 포탈…. 얘기는 창피해서 안 하고 싶네요. (웃음) 맨날 그것만 한 것 같아서요.

 

토트: 저는 무쥬라의 가면을 포함한 젤다의 전설 시리즈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에는 JRPG (예를 들면 크로노트리거) 게임도 즐겼던 것 같아요. 최근에는 핫라인 마이애미(Hotline Miami), VVVVVV 같은 게임을 했습니다.

 

Q. 파트너십이 남달랐던 이유가 있었군요. 그렇다면 두 분은 어떤 방식으로 함께 작업하셨나요?

 

토트: 게임 개발 초기에는 저희가 학교를 같이 다녔었기 때문에, 학교에서 자주 만나서 작업을 했습니다. 매주 금요일마다 만나서 회의를 하고 카페에서 같이 작업도 했어요.  강의가 끝난 뒤부터 밤이 될 때까지 계속 작업했었습니다. 같은 강의를 듣는 날은 만나서 같이 작업도 했어요. 

 

학교를 졸업한 이후부터 트렐로로 일정관리를 했었습니다. 기획 회의 후에 해야 할 일을 카드로 만드는 식으로 태스크를 분류했어요. 예를 들면 토트 리스트에는 어떤 아이템을 그렸다는 걸 적어두고, 눈눈 리스트에는 어떤 기능을 구현했다는 걸 적어 완료되면 전체 완료 리스트로 옮기는 식이었습니다. 

 

트렐로는 학교를 같이 안 다니기 시작하면서 더 적극적으로 사용하게 되었고 지금도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트나 개발 외의 다른 태스크는 거의 알아서 했던 것 같아요. 현재 일본 팬들이 디스코드 방에서 일본어 번역을 검수하고 계시는데 그분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버그 리포트, CS 메일 대응, 홍보 등 모두 저희의 몫이니까요.

 

업무 분담은 상황에 따라 적합한 사람이 절반씩 맡아서 했습니다. 서로를 신뢰했기 때문에, 알아서 잘하겠지라는 생각으로 맡길 수 있었습니다. 

 

눈눈: 저희는 현재 월요일마다 개정된 업데이트를 하기 위해 유니티 빌드를 새로 뽑고 스팀에 다시 올리고 있어요. 그래야 일본어 사용자들이 개정된 일본어로 플레이 할 수 있으니까요. 정기적인 일은 하기로 한 사람이 맡아서 정해진 때에 하면 되지만, 비정기적으로 발생하는 일은 자율적이지만 주체적으로 수행했던 것 같습니다. 누구 하나가 쉬어도 상대가 알아서 하는 식으로요. 토트가 취직한 이후, 아무래도 빠르게 대응해야 하는 이벤트는 제가 맡아서 처리하고 있습니다. 

 

 

Q. 눈눈님은 디자인 전공자셨는데 어떻게 그렇게 바로 개발을 하실 수 있었나요?

눈눈: 고등학생이었을 때 펄 프로그래밍 달력 사이트 개발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일러스트를 그렸는데, 프로젝트 참여로 개발이 착수되는 과정을 협업을 통해 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2014년부터 취미 삼아 프로그래밍 공부를 처음 시작해보게 되었습니다. 대학교 2학년에 들어서면서부터는 본격적으로 컴퓨터공학과를 부전공으로 공부했고, 웹 개발도 했었네요. 외주를 받아 작업하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쇼핑몰 디자인만 외주를 받았었는데, 일을 주시는 분이 “프론트 엔드 한 번 해보시겠어요?”라고 하셔서 “네!” 하고 그때부터 HTML, CSS, SCSS, Javascript 같은 기술을 배워나갔습니다. 

 

제 전공이었던 디자인과에서 자바스크립트를 배웠었고, 부전공이었던 컴퓨터공학과에서는 객체지향 과목을 수강했습니다. 객체지향 수업은 Java를 배우는 수업이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C#으로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게임을 만들 당시 기술적인 부담은 크게 없었습니다. 특이하게 학교에서 유니티 수업도 열려서 게임 개발을 하면서 수업을 듣기도 했습니다.

 

Q. 두 분은 앞으로 어떤 을 꾸고 있나요?

토트: 게임을 만들고 싶습니다. (웃음) 계속 게임을 만들어 언젠가는 스튜디오도 차리고 싶어요. 그렇게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꼭 게임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만화책을 만들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도 좋아해요.

 

눈눈: 저 역시 계속 게임을 개발하고 만들고 싶습니다. 그래서 요즘도 계속해서 공부하고 있답니다. 최근 들어서는 아직 다뤄보지 않은 언어를 익히고 있고,  유니티 외의 언리얼 엔진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게임도 기획하고 있어요.

 

Q. 스튜디오 (Studio SOTT)는 앞으로 어떤 계획을 착수할 예정인가요?

눈눈: 스팀 외의 여러 플랫폼에 게임을 출시할 계획입니다. itch.io 라는 인디게임 플랫폼이 있는데 그쪽에도 내 볼 계획이에요. 지금 진행 중인 일본어 검수가 완벽하게 끝나면 해보려고 합니다. 

 

토트: 저희는 앞으로도 둘이서 계속 게임을 만들 거에요. 나중에 규모를 키울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네요. 하지만 지금 당장은 계속 2인 팀일 것 같습니다.

 

Q. 게임을 만들고 싶어 하는 독자분들께 한 마디씩 부탁드리겠습니다.

눈눈: 첫 번째로는 완성하는 것, 두 번째로는 시작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깁니다. 겁먹지 말고 뭐라도 만들어서 세상에 보이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으로 미루는 것 보다 일단 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토트: 저도 프로젝트를 마무리, 그러니까 완성해보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장에 내놓았을 때, 반응이 엄청 좋지 않아도, 완성도가 높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저희도 얼리억세스로 시작하면서 계속 고쳤었기 때문에 완성도는 차차 높여가도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저희처럼 게임을 만들고 싶은 분들이 계신다면, 일단 해보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자신감을 가지고 무조건 해보세요.

 

Q. 마지막으로 월간지앤선 독자분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눈눈 & 토트 : 저희는 리뷰 보는걸 굉장히 좋아합니다. 스트리밍 방송을 포함해서 모든 리뷰를 잘 보고 있어요. 게임 후 리뷰를 많이 써주시면 정말 감사합니다. 비판도 달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플레이어분들의 다양한 피드백을 환영한답니다. 게임을 많이 사주시는 것도 물론 감사합니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