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지앤선

변정훈님과는 개인적으로도 친분이 있어서 종종 만나기도 했었는데,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유명한 분(?)이란 것을 알고난 후 호시탐탐 인터뷰를 제안할 기회만 노리고 있었습니다. 정훈님은 굉장히 신중하고 대외적으로 말을 하는 경우 여러 가지를 많이 생각하시는 분이라 조심스러웠는데, 술자리에서 기분이 좋아진 틈을 타 인터뷰 요청을 했고 생각보다 흔쾌히 수락해주셨습니다.

1. 본인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변정훈이라고 합니다. 온라인 닉네임은 아웃사이더라고 쓰고 있습니다. 12년차 개발자입니다.

 

2. 현재 하시는 일에 대해서 조금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주세요.

ODK Media라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온디맨드 코리아라는 서비스! 우리나라 방송을 해외의 한인들에게 스트리밍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북미와 남미 일부에서 제공되고 있고, 광고형 vod 혹은 구독모델로 운영됩니다.

이 회사에서 제가 맡은 부분은, SRE라고... 데브옵스 엔지니어입니다. 회사마다 SRE의 역할은 조금씩 다릅니다.

 

3. 언제부터 개발자가 되고 싶으셨나요?

정확히 말하자면 입사 1년차부터입니다. 사실 처음에는 그냥 취업을 한거였어요. 컴퓨터를 전공 했는데 사실 재미가 없었거든요. 대부분 제 나이 대 개발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빠르면 초등학교 때부터 관심이 있었다고 하는데 저는 그런 경우는 아닙니다.

 

4. 그럼 왜 컴퓨터를 전공으로 선택하셨나요?

솔직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점수에 맞춰 대학을 가다보니 컴퓨터를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학교 다닐 때는 별 흥미없이 지내다가 그래도 전공했으니 관련 회사에 들어갔어요. 첫 회사가 중소기업이었는데 학원에 4개월을 보내줬어요. 그때부터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대학 때와 느낌이 달랐습니다. 

 

5. 여러 분야 중에 특별히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되고 싶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라고 질문을 하려 했는데 알고보니 정훈님은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아니었다. 왜 프론트엔드 개발자라고 생각하게 되었을까요?)

블로그에 프론트엔드 글을 많이 쓰다보니 오해를 많이 받는 것 같다. 현재는 중간 역할을 많이 하고 있지만 서버 개발자가 맞습니다. 제가 학원에 다닐 때는 프론트엔드 개발자라는 말은 있지도 않았던 것 같아요. 그때는 프론트엔드 개발자라는 말보다는 퍼블리셔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어떻게 보면 서버 엔지니어가 대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6. 지금 쓰는 언어나 프레임워크는 무엇이고,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node.js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백엔드 개발을 하고 있지만 프론트엔드 개발이 또 다른 재미가 느껴져 양쪽 모두 관심이 있었어요. 그 당시는 신입을 뽑으면 제일 맡기기 좋은 언어가 자바스크립트였습니다. 그러다보니 블로그 글도 많이 쓰게 되었고요. 3~4년차까지는 ASP 라는 것을 했는데(asp.net 이야기가 아니다), 사양되는 기술이었습니다. 백엔드 개발자들은 프론트엔드에 대한 지식이 너무 부족해서 조금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그런 일에 대한 반감도 있었던 것 같아요. 

2010년~2011년 사이 node.js가 나왔어요. 다른 것들 보다 매력적이었던 이유는 브라우저 밖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구현해본 첫 경험이기도 했고, 그 당시 자바스크립트를 브라우저 밖에서 실행하는 것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습니다. 그런데 사용해보니 재미있게 느껴져서 지금까지 쓰고 있네요.

 

7. 아웃사이더라는 닉네임은 어떻게 정하셨어요?

부끄럽네요. 그 이름을 지을 때는 이 나이까지 쓸줄 몰랐어요. 대학을 갔을 때가 인터넷이 막 활발해질 때인데, 누구나 닉네임이 필요했습니다. 헤비메탈에 빠져있을 때라서 뭔가 그런 느낌의 이름을 짓고 싶었고, 그게 아웃사이더였어요.

 

8. 블로그는 언제부터 운영하셨나요?

2007년도로 기억합니다. 첫 회사에 취업하고 바로 시작했어요.

 

9. 블로그를 시작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그 당시에는 솔직히 블로그가 유행이었습니다. 그 때 당시 이미 홈페이지가 있었는데 블로그가 유행이라고 하니 블로그를 설치했어요. 첫 글을 쓰고 1년간 아무 글도 없었죠. 모르는 내용이나 새로 알게 된 것들을 메모하곤 했는데, 어느 날 그냥 대충 메모를 하기보다는 제대로 적어 두자는 마음에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블로그에 쓰면서 정리도 많이 되고, 더 많이 알게 되어 좋았습니다.

 

10. 블로그에 보면 2010년에 3년차 개발자로서 후배들(?)에게 남겨주신 글이 있던데 지금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계신가요?

그 글을 정말 오랜만에 봤는데, 전체적으로 동의합니다. 사실 그렇게 해서 나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거지 누구에게나 도움이 된다는 건 아니에요.

9년이 흘러서 조금 달라진게 있다면, 커뮤니티 활동과 오픈소스 활동을 권장한다는 것입니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조금 더 빨리 할 걸 이라고 아쉬움이 남는 것이 특히 커뮤니티 활동입니다. 커뮤니티 활동과 스터디 모임은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오픈소스 활동도 마찬가지고요. 개발 프로세스나 협업 문화에서 제일 앞서 있는 것이 오픈소스라고 생각합니다.

 

11. 오픈소스 활동이나 기여란 것은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요?

오타수정이라든가, 간단한 수정 같은 것들을 해보라는 것입니다. 사실 그거 하나를 하기 위해서도 알아야 할 것이 많아요. 영문도 읽을 수 있어야 하고 git도 알아야 하고... 작은 것이라도 하나씩 해보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렇게 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그걸 통해 개발도 해보라는 것입니다. 

조금 더 빨리 도전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대부분 GitHub을 사용하는데요. 개발을 하다보면 누구나 공통적으로 하는 고민이 있는데 그런 것들은 이미 공유되어 있어요.

솔직히 하면 좋다는 거지 쉽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매일 운동을 하면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쉽게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경험하고 절대 시간을 투입할수록 지식이 쌓이는 직업이니 조금 더 일찍 경험했으면 하는 것입니다. 오픈소스를 사용하는 것 역시 기여라고 생각합니다. 

저보다 훨씬 많이 활동하고 열심히 한 분들이 많은데 제가 블로그에 글을 많이 쓰다보니 더 많이 알려진 것 같아 때론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내가 한 말들과 나의 코드가 너무 큰 차이가 안 나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12. 요즘 관심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커리어 고민! 이 회사에서 인프라쪽으로 넘어왔는데 예전처럼 학습이 잘 안되는 느낌이에요. 전체적으로 그렇지만 인프라 쪽이 특히 더 그런 것 같아요. 이 분야가 나랑 안맞는 것은 아닌데, 내가 절대적으로 쓰는 시간이 부족한 것 같아요. 다른 데 더 집중한다고 해야 하나?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닌데...

 

13. 아싸님의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방법이 궁금합니다.

보통은 getting start 문서를 먼저 봅니다. 뉴스나 글을 많이 보다보니 대충 어떤 개념인지 왜 필요한지 정도는 파악하고 있어요. 관심을 넘어 써먹어 보려면 항상 그걸 활용할 수 있는 개인프로젝트를 만들었습니다. 요즘은 개인프로젝트를 하긴 하는데 새로운 기술을 가져와서 하는 비율이 적어졌어요. 

 

14.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으세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같이 일하기 좋은 개발자! 전에는 그냥 오래오래 하고 싶다는 생각만 있었어요. 최대한 오래. 물론 그 생각도 변함없지만요.

 

15. 정훈님이 생각하는 같이 일하기 좋은 개발자란?

상대방에 대한 이해/배려가 있어야 합니다. 서비스를 제공하다보면 고객의 입장을 잘 모르는 것처럼, 내가 만들 것들을 마케터나 디자이너가 어떻게 가져다가 쓰는 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그들이 어떻게 사용하는지 아예 모르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요. 내 경험을 미루어도, 서로에 대한 이해가 있으면 필요함에 대한 동의를 넘어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더군요. 수술실의 의사와 간호사의 관계라고 할까요?

 

16. 건강의 비결? 하루에 4시간만 자고 어떻게 버티는지?

보통 새벽 4~5시에 자는 편입니다. 첫 회사 다닐 때 야근을 많이 했는데 어느날 내 모습을 보면서 이게 뭐하는 건가 싶더라고요. 회사집 회사집만 반복하는 인생이 아쉬웠어요. 그때부터 조금 피곤해도 집에 와서 뭐라도 하나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처음엔 미드를 보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점점 그 시간에 공부도 하고 블로그도 하고... 그러다보니 자는 시간이 조금씩 줄었습니다. 

아침에 못 일어나는 타입이라 내가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자는 시간을 줄였어요. 운동을 안 했는데 이제는 해야 할 거 같아 8월부터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모니터를 보고 있으면 졸리지 않는데, 회의 들어가면 금방 졸려지더군요.

 

<여기서부터는 자리를 옮겨 술을 한잔 마시며 여러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17. 아싸님이 생각하기에 어떤 회사가 개발자들에게(특히 1~3년차) 좋은 회사일까요?

월급 안 밀리고 돈 많이 주는 회사! 이 부분은 그날 함께 했던 모든 분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하셨다.

제가 생각하기에 그 회사가 좋은 개발문화를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는 방법은 인터뷰 때 질문을 하는 것입니다. 사실 취업을 하고자 하는 회사의 인터뷰어에게 마음껏 질문을 못하는 경향이 있는데, 분위기를 망치지 않으면서 그 회사의 개발문화를 알아볼 수 있는 질문이 “협업은 어떻게 진행하시나요?”라고 생각합니다.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협업을 제대로 진행하고 있는 회사라거나 지금은 못하고 있으나 올바른 생각을 가진 회사라면 이야기할 것들이 많을 것 같아요.

인터뷰 시간 동안 가고자 하는 회사에 대해서 충분히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도 중요합니다.

 

18. 인터뷰를 보고 계신 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대부분 개발자이거나 IT 관련 이실테니 커뮤니티, 컨퍼런스 등에서 만나거나 언젠가 같이 일할 수도 있는데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