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욕망으로 읽어보는 블록체인 - 맹윤호 님
맹윤호 (yunho.maeng.dc@gmail.com)
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에서 비즈니스 빅데이터 분석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현재는 IBM Watson에서 Cognitive Engineer로 재직하고 있다.
관심기술분야는 딥러닝, 음성인식, 양자컴퓨팅, 마이크로 서비스 아키텍처 등이다.
욕망으로 읽어보는 블록체인: 닷컴 버블의 재림인가 신금융혁명인가
오늘날 우리는 하루가 멀다하고 뉴스를 통해 비트코인에 대한 소식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가격이 올랐다거나 해킹을 당해서 폭락했다는 소식 혹은 누군가 이를 통해 사기를 쳐서 구속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들려오곤 한다. 투자에 관심이 많은 지인을 두고 있다면, 주변에서 수익을 많이 내서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는 소식까지 덤으로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급변하는 기술 변화 속에서 비트코인은 이미 사회 현상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와 함께 비트코인의 기술 기반인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커지고 있다. ‘가즈아’ 신드롬으로 대변되는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은 어떻게 될지 이를 둘러싼 욕망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화폐는 신용이다.
돈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화폐라는 지불 수단을 은행을 통해 인증 받는다. 은행은 법률적으로 의무적인 예금에 대한 지급보증을 하게 되어 있고 이로 인해 항상 현금 보유고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해야만 한다. 즉각적인 사람들의 인출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우리는 은행, 그리고 법률을 집행하는 정부를 믿는다. 이러한 믿음의 결과물이 '돈'이다. 강력한 소유에 대한 욕망인 지불 수단에 대해 보증하기 위해 은행이라는 기관과 법률적 제도 장치가 협업하는 구조다.
그림 1. 경제성장과 신용(Dalio, 2012)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과 정부도 실패하는 경우가 있다(Bank Run 또는 Government Failure). 굳이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경제 대공황과 국가 차원의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피하기 위해 금리와 통화 발행의 중간에서 다양한 경제정책이 쏟아져 나오는 걸 목격하고 있다. 은행과 정부가 실패하면 어떻게 될까? 사람들은 돈을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는 곧 신용의 상실을 의미하고 신용이 상실된 사회에서는 경제 성장도 생각할 수 없게 된다(Dalio, 2012).
이러한 경제적 맥락에서 혜성처럼 등장하게 된 것이 비트코인으로 대변되는 암호화폐이다. 신뢰의 주체가 정부나 법률이 아니라, 탈중앙화된 구조와 고도로 암호화된 기술을 그 근간으로 하는 것이다. 지급 보증은 연계된 트레이딩 시스템이, 규제와 감시의 역할은 해당 거래에 참여하는 분산 Peer들에게 맡긴다.
블록체인의 신뢰성
그림 2. 블록체인 구조(Zheng, 2017)
좀 더 자세히 블록체인의 구조를 살펴보면 <그림 2>와 같다(Zheng, 2017). 각 블록은 거래 정보(Transaction)를 담고 있으며, 블록 여러 개가 연결되어 체인을 이루고 있는 구조다. 각 블록들은 거래의 유효성을 검증하기 위해, 거래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해시(Hash)값을 대조하고 해당 거래의 유효성이 확인되면 해당 거래 블록을 늘린다. 이러한 검증 작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겐 일정 수준의 암호화폐를 보상으로 지급하며, 보상을 얻는 행위를 암호화폐를 채굴(Mining)한다고 한다. 여기에서 보상은 거래 참여자들이 지불하는 수수료(Transaction Fee)로 충당된다.
블록체인을 가리켜 분산 원장 기술(Distributed Ledger Technology)이라고 설명하는 경우도 많다. 이는 앞선 채굴 작업이 여러 명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 뿐만 아니라 모두가 블록 전체를 소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거래내역이 적힌 장부를 거래 참여자 모두가 가지고 있을 수 있다. 때문에 거래 참여자가 늘어나면 검증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고, 많은 채굴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채굴 난이도는 올라간다. 이 과정에서 만일 해커가 블록체인의 거래내역을 해킹하려면 이론적으로는 검증 작업의 51% 이상을 해킹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거래 내역은 수정이나 삭제가 불가능하다. 쓰기만 가능한 데이터베이스(Append Only Database)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이러한 기술적인 요건들로 인해 해킹이 실질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블록체인에 의한 암호화폐가 안전하다고 말하며 거래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한다.
시장실패와 암호화폐
그렇다면 미디어에 보도되는 해킹사고는 왜 일어나는 것일까? 아무리 금고를 튼튼히 만들어도 그 키를 잃어버리면 금고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해킹은 블록체인 그 자체에서 이루어지기 보다 대부분 암호화폐를 사고 파는 거래소에서 이루어진다. 암호화폐 그 자체로는 실질적으로 아무런 가치가 없다. 현금 흐름과 이어질 때에만 비로소 화폐의 가치를 지니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거래소와 연동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연동 과정에서 가격의 변동성이 생겨나 현재 암호화폐는 통화의 기능보다는 장외 주식에 가깝게 거래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정부와 은행뿐만 아니라 시장도 실패(Market Failure)할 수 있음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현재 관련 규제가 미흡한 점을 이용한 암호화폐가 주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금융 범죄로 일컬어지는 시세조작이 횡횡하고, 스캠(Scam)으로 일컬어지는 ICO사기에 거래소에 대한 해킹 사고도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욕망을 먹고 자라는 기술
닷컴 버블 시절 전국에 컴퓨터가 보급되고 초고속 인터넷 망이 깔리던 때, 사람들은 어째서 개인의 사재를 털어서 당시엔 비싼 컴퓨터와 인터넷 비용을 지불 했을까? 필자는 단순히 기술의 발전과 지적 호기심 때문에 비용을 지불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규제가 생기기 전, 스타크래프트와 리니지, 벅스, 성인콘텐츠까지 새로운 욕망에 대해 비용을 지불한 것이고 이러한 욕망을 먹고 기술은 자라났다.
바야흐로 블록체인의 시대가 되었다. ‘가즈아’로 대변되는 돈에 대한 욕망의 시대다. 기술은 이제 막 태동하고 있고 실제로 제품들도 나오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우리는 닷컴 버블 이후에도 지속되는 기업이 어떤 기업들인지 알고 있다. 지속 가능한 서비스와 그로부터 발생되는 가치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기업은 살아남았다. 이는 블록체인 생태계에도 예외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실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 실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만이 내재가치를 지닐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이유는 기업이 가진 내재가치를 척도로 동종업계 PER 등의 후행 척도를 활용하여 상승과 하락폭을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글쓴이에게 암호화폐를 보상으로 지급하는 스팀잇(Steamit)이나 유튜브를 대체하겠다고 나선 디튜브(dTube) 등을 들 수 있다. 그동안은 조작의 가능성 때문에 시도되지 못했던 직접 민주주의를 위한 투표 시스템도 블록체인 상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Avital, 2018). 내재가치가 없는 암호화폐의 추락폭은 어느 누구도 가늠할 수 없지만 내재가치가 있다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2030년까지 3.1조 달러가 블록체인에 투입될 것이다. 이제는 네이버, 라인, 카카오 등 국내 기업들도 블록체인에 투자하고 있다. 단순히 암호화폐만을 위한 기술이 아닌 엔터프라이즈급 블록체인 서비스를 위한 하이퍼레저(Hyperledger)도 어느새 정식 버전인 1.0을 넘어서고 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욕망으로 점철된 하나의 투기장으로 끝나고 말 것인가. 아니면 민주주의를 가능케 했던 그리스의 광장처럼 될 수 있을 것인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참고문헌
Avital Balwit (2018). Democracy decentralized: how blockchain voting will revolutionize government. VIRGINIA REVIEW OF POLITICS
Cachin, C. (2016). Architecture of the Hyperledger blockchain fabric. In Workshop on Distributed Cryptocurrencies and Consensus Ledgers.
Dalio, R. (2012). How the Economic Machine Works. Economic Principles.
Zheng, Z., Xie, S., Dai, H., Chen, X., & Wang, H. (2017). An overview of blockchain technology: Architecture, consensus, and future trends. In Big Data (BigData Congress), 2017 IEEE International Congress on (pp. 557-564). IEEE.
* Disclaimer: 본 기고 글은 IBM Watson과 관계없이 블록체인을 공부하는 한 개인으로서 작성된 글입니다. 본 글의 내용, 입장, 예측은 IBM을 대변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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