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지앤선

인터뷰 및 편집 : 아델라 월간지앤선 편집장

 

이번 릴레이 인터뷰에서는 안희종 님을 인터뷰이로 모셨습니다. 안희종 님은 그간 미래가 촉망한 여러 스타트업에서 프론트엔드 파트 개발을 하였고, 현재는 프론트엔드 뿐만 아니라 제품 전체에 필요한 엔지니어링도 함께 하고 있는 훌륭한 엔지니어입니다. 얼마 전에는 사이드 프로젝트로 독후감 앱을 출시한 고양이 두 마리 봄나물쓰의 집사이기도 한데요, 희종님은 어떤 사람들과 함께 어떠한 길을 걸어왔는지 궁금하여 인터뷰를 부탁드렸습니다.

 

Q. 안녕하세요 희종님!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월간지앤선 독자 여러분. 저는 flex라는 스타트업에서 프로덕트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안희종이라고 합니다.

 

 


 

Q. flex에서 희종님은 어떤 일을 하시나요?

 

프로덕트 엔지니어라는 역할을 맡고 있는데요. 저희 회사의 개발 직군은 크게, 보안 / Dev-ops / 프로덕트로 나뉩니다. 프로덕트 엔지니어는 따로 프론트 / 백엔드로 구분하지 않고, 프로덕트 오너, 디자이너 등 동료들과 함께 논의하며 프로덕트의 설계부터 완성까지 직접 참여하구요. 저는 주로 프론트엔드로 제품을 구현하는 역할을 하지만, Infra나 Dev-ops와 같은 업무도 조금씩 하고 있습니다.

 

Q. flex는 어떤 회사인가요? 

 

저희 회사의 슬로건은 ‘인사관리를 잊다’입니다. 회사를 운영하고 사람이 모이다 보면, 원래 해결하고자 했던 문제 외에도 풀어야 하는 다양한 문제가 생깁니다. 그러다 보니 회사는 각각의 문제에 대한 각각의 솔루션을  마련할 때에 그에 따른 많은 비용을 들일 수밖에 없는데요, 이를 모두 해결해주는 하나의 통합(Integration)된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시작되었습니다.

 

회사의 규모를 기준으로 회사가 운영 업무를 다루는 방식을 살펴보면, 크게 두 가지 방향이 있습니다. 대기업에서는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를 사용합니다. ERP 개발을 외주로 넘기기도 하고, 소프트웨어 개발비를 들여 자체적인 사내 ERP를 만들어 사용하기도 합니다. 반면 중소기업에서는 보통 회사 운영에 필요한 다양한 분야 – 채용, 계약, 평가, 보상, 근태, 휴가 등 – 각각의 문제를 해결하는 여러 플랫폼을 활용합니다. 예를 들어 계약을 위해 A 서비스, 채용을 위해 B 서비스, 전자 결재를 위해 C 서비스를 사용하는 식으로요.

 

그런데 운영에 필요한 이런 다양한 영역은 사실 상호 간에 긴밀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용주가 각 임직원에게 지불할 임금은 고용인에게 근태와 연차, 계약 등의 정보에 의해 결정됩니다. 이때 인사관리 담당자가 손으로 일일이 각각의 솔루션을 확인하고, 그에 해당하는 급여를 최종적으로 계산해 지급하는 등의 업무가 실제로 이뤄지는 곳이 많습니다. 하지만 각각의 솔루션들은 서로와의 통합(Integration)을 염두하고 만들어지지 않은 만큼, 업무의 완성도가 인사담당자의 역량에 의존하고, 담당자는 기계적인 반복 업무에 시간을 많이 소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저희 회사는 이런 상황에서 소위 ‘인사 관리’라 불리는, 근태, 급여, 계약, 결재, 평가보상 등의 운영적인 업무를 flex를 통해 손쉽게 해결하고, 회사는 그 회사가 풀어야 할 문제에 보다 집중할 수 있게 한다는 미션을 갖고 있습니다.

 

Q. flex라는 회사에서는 어떤 일이 재밌으신가요?

 

‘flex’라는 인사관리 통합시스템 제품이 속한 도메인은 매우 높은 복잡도를 갖고 있습니다. 회사마다 정책과 운영 방식이 천차만별이고, 그 와중에 법적인 제약도 제품 내에 이해하기 쉽게 녹여내야 하고요. 이 복잡한 다양한 도메인을 하나의 프로덕트로 가공해 고객에게 제공하는 과정이 재밌고 매력적입니다.

 

또한 저희가 만드는 제품이 지금 시장에 필요한 프로덕트라는 믿음도 일을 재밌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다른 회사에 다닐 적에 각각의 인사관리 솔루션을 보완하려 동료들이 슬랙 봇과 엑셀을 활용하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며 니즈를 간접적으로나마 파악해보기도 했습니다. 비단 그 회사들 뿐만 아니라 많은 회사에서 겪고 있는 문제라고 여겨,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이 시장에서 필요한 제품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팀 빌딩 단계부터 합류한 만큼 책임감을 갖고 회사를 잘 키워보고픈 싶은 마음도 큽니다. 팀 멤버들끼리 합이 잘 맞다는 점도 매우 마음에 듭니다. 각각의 팀 멤버가 소비자향 서비스에 대한 노하우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같은 문제를 풀더라도 다른 팀과 달리 훨씬 잘, 직관적으로 풀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습니다. 이 분들과 함께 저희 제품 flex를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Q. 엔지니어링을 할 뿐만 아니라, 프로덕트를 함께 설계하고 시장성도 고민하는 점에서 희종님이 스타트업에 적합한 인재라는 생각이 들어요.

 

학부 시절 한 교수님께 먼저 연락을 드려 개별 연구라는 프로그램을 시도해본 적이 있는데요. 결과적으로는 흔쾌히 수락하신 교수님께 죄송하게도 원래 목표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했습니다. 그런 일을 겪으면서, 또 여러 전공 수업을 들으면서 사실 제가 프로그래머로서의, 내지는 전산학도로서의 역량이 충분한지 의심하고 고민하는 시간도 있었어요.

 

그러던 차에 산업기능요원으로 커리어를 시작하면서 다양한 환경을 접했는데요. 결과적으로 복무 기간 동안 스포카, 하이퍼커넥트, 토스라는 세 회사를 차례로 거치며, 굉장히 다른 제품을 만들고 다른 문화를 가진 세 회사에서의 생활을 통해 제가 잘하는 것, 또 좋아하는 것에 대해 보다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어려운 학문적 문제를 깊게 파는 역량은 부족하지만, 다른 부분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비즈니스적인 문제를 앞에 두고 다양한 선택지의 임팩트와 비용을 고려해 최적의 방안을 제시하고, 그렇게 정한 바를 적은 비용과 유연한 구조로 구현해서 팀의 사업적 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데에 강점이 있는 엔지니어더라고요. 이러한 점을 발견하면서 ‘나는 웹 개발을 하는 사람이야'가 아니라, ‘우리는 좋은 제품을 만드는 팀이고, 나는 웹 개발이라는 방식으로 그 목표에 기여하는 사람이야.’라는 정체성을 확립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자연스레 커리어 적으로 나아갈 길, 해야 할 노력 등도 뚜렷해진 것 같습니다.

 

flex에 합류하기 전에는 사원 100명에서 200명 정도 규모의 회사에 다녔기 때문에, 다음 직장은 그전까지 안 다녀보면 아예 큰 회사나 작은 회사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그중 어떤 곳이 나와 더 잘 맞을까?’라는 고민을 꽤 오래 하면서 작은 회사와 큰 회사에 입사 준비를 했는데요. 준비를 하다 보니 지금은 작은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일이 좀 더 재밌고 더 잘 맞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Q. 지금의 희종님이 있기까지 도와준 고마운 사람들이 있나요?

 

정말 많은데, 첫 회사인 스포카에서 같이 일했던 동료들이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 당시 첫 회사인 만큼 기술적이거나 회사생활에 전반적인 지식이 많이 부족했는데, 감사하게도 신뢰하고 격려해주신 동료 분들 덕에 함께 도도매니저라는 새로운 프로덕트를 만드는 경험을 할 수 있었어요. 지금도 스포카에서 동료였던 분들과 연락을 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토스에서도 고마웠던 사람들이 많지만, 아무래도 프론트엔드 챕터가 기억에 남습니다. 4~5명 정도에서 시작해 10명 내외까지 챕터 규모가 커지는 동안 프론트엔드 챕터 리드 역할을 맡았는데요. 리드라는 역할을 맡아보니 엔지니어에게 요구되는 기술적인 역량 이외의 것들이 필요했습니다. 예를 들어, ‘무엇을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 ‘조직으로서 발전해나가려면 어떤 점이 필요할 것인가' 등을 고민했습니다. 어려웠지만 너무 훌륭한 역량을 갖고 협조적인 동료들 덕에 참 재밌게 일하고, 리더의 역량에 대해 고민할 수 있던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Q. 어떤 계기로 프로그래밍을 시작했나요?

 

제가 다닌 대학 시스템은 무학과로 입학을 해서 2학년 때 전공을 정하는 식으로 이뤄집니다. 고등학생 때까지는 화학을 제일 잘한다고 생각해서, 1학년 때에도 화학 과목을 들어보았어요. 그런데 저보다 훨씬 더 화학을 잘하면서도 좋아하기까지 하는 친구들이 많더라고요. 그 친구들에 비해서 저는 잘하는 축도, 화학이라는 학문에 열정이 넘치는 타입도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앞으로의 진로를 정한다면 큰 자본이나 긴 시간을 들이지 않고 빠르게 사회에 영향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막연하게 있었는데, 당시 제 생각에는 화학은 그런 목표와 맞는 도메인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 중에 CS101 수업을 들었었고, 파이썬으로 로봇 움직이는 실습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려워하는 친구들도 있었던 것 같은데 저는 재밌고 수월하게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2014년 정도에 스타트업이 대두되면서, 플래텀, 벤처스퀘어, 비석세스 같은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도 함께 발전하는 것을 보게 되었어요. 인터뷰나 기사 등을 보면서 스타트업 팀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직군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였고, 이를 통해 프로그래밍 역시 중요한 파트라는 점을 함께 알게 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프로그래밍을 시작해보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요.

 

Q. 사이드 프로젝트 ‘갈피(Galpi)' 앱을 소개해주세요.

 

갈피는 독후감 관리 앱입니다. 제가 책을 많이 읽는 편인데요. 빨리 많이 읽긴 하지만 그만큼 빨리 잊는 습관 때문에 기억이 날아가는 것이 아쉬워서, 독후감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었거든요. 독후감을 쓰려고 앱을 찾아보았는데, 쓰고 싶은 앱을 적당히 찾지 못한 데다 내가 만들어두면 만든 노력 때문에라도 열심히 쓰지 않을까? 싶어 개발을 하게 되었습니다.

 

앱 개발을 직접 해보니 재밌었습니다. 회사에서는 주로 프론트엔드 개발을 했고, 나머지 도메인에 대해서는 협업을 해왔는데 혼자 하나의 앱을 만들려고 하니 PO(Product Owner)와 디자이너, 서버 개발자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져 막막했었습니다. 그래도 오롯이 하나의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직장에서는 접하지 않는 분야의 일들을 하면서 결과적으로 제품의 완성도는 낮을지언정 많이 배울 수 있었고 자신감을 얻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회사 일과 고양이 입양으로 신경을 많이 쓰지는 못하고 있지만, 꾸준히 발전시켜 나가고 싶습니다. 또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일단 저는 최근 들어 책을 읽은 후 실제로 제 앱에 독후감을 쓰고 있으니, 처음 앱을 만들 만들고자 했던 목표는 달성된 셈이네요.


월간지앤선 독자 분들께서도 갈피 앱을 써보시고 heejongahn@gmail.com나 앱스토어 댓글로 의견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갈피 앱의 안드로이드 버전은 다음 링크, iOS 버전은 다음 링크에 있습니다. 

 

Q. 요즘 고양이 두 마리를 입양해 키우신다고요.


얼마 전에 고양이보호협회입양 후기도 올렸었어요. 고양이를 데리고 온 계기나 그 간의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입양 후기에서 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아이들 사진을 올리는 인스타그램 계정(@bomnamools)도 있답니다!

역동적인 봄나물쓰

 

Q. 마지막으로 월간지앤선 독자분들께 드리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신가요?

 

준비를 못 했는데, 지금 당장 생각나는 건 더 많은 분들이 오픈소스 활동을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개발을 처음 시작해 아는 게 거의 없을 때부터 항상 많은 도움을 받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의 영향으로 블로깅도 꾸준히 하고 코드를 항상 오픈소스로 작성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 작업물을 아카이빙 해둘 수 있게 되었어요. 코드뿐만 아니라, 커밋 메시지, 당시에 관심 있던 주제, 마치지 못한 프로젝트를 확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돌이켜 보니 장점이 많았네요.

 

그중 하나를 소개드리자면, 누군가에게 코드를 보이는 일에 익숙해진다는 것입니다. 누군가 내 코드를 본다는 생각을 하면, 덜 부끄럽고 싶기도, 멋있고 싶기도 하니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같은 고민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남이 내 코드를 보고 리뷰를 한다든지, 개선점을 제안하거나 지적을 하는 등의 소통에도 거부감을 갖지 않게 되었고요. 그러한 사고방식이 제 개인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되었어요. 자주 일어나는 편은 아니지만 개인 프로젝트에도 종종 리뷰나 컨트리뷰션을 해 주는 분들이 계신데, 그럴 때마다 감사한 마음으로 받고 있습니다.

 

또 다른 장점은 오픈소스 활동은 오픈소스 소비자로서 커뮤니티에 받은 것을 돌려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점입니다. 오픈소스 개발을 안 하는 개발자는 많겠지만, 오픈소스를 안 쓰는 개발자는 별로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예제 코드와 블로그를 찾아가며 개발했던 경험도 누구나 있을 텐데요. 라이브러리든 앱이든 블로그 문서든, 본인의 작업물과 경험을 꼭 잘 정돈되지 않았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공개하는 일이 그렇게 커뮤니티로부터 받은 것을 돌려주는 좋은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