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지앤선

인터뷰 및 편집 : 아델라 월간지앤선 편집장

 

분명히 IT 회사 어딘가에는 꼭 계실 텐데, 대외적으로는 여성 매니저를 찾아보기 참 쉽지 않더라고요. 그 유니콘 같은 분을 2020 릴레이인터뷰 네 번째 주자로 모셔보았습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다양한 프로덕트와 서비스를 개발해왔던 배달의민족 베트남 CTO 조연님을 소개합니다.

 

Q. 안녕하세요 조연님. 자기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부릉부릉 바이크를 타고 거리를 활주하는 배달의민족 베트남 CTO 조연님


안녕하세요. 베트남에서 음식 배달을 하는 회사, 배달의민족 베트남(이하 배민 베트남)을 만들고 있는 조연이라고 합니다. 대외적인 롤은 CTO지만 실제로는 제품/엔지니어링 책임자를 겸하고 있습니다. 개발자로 일을 시작한 지는 2005~2006년 즈음인 것 같습니다. 여태 다양한 프로덕트를 만들면서 일을 해왔습니다.

 

Q. IT 업계에서 일하신 지 15년 정도 되셨다고요.

 

초반에는 아르바이트 같은 형태로 일을 시작하다가, 여러 회사에서 엔지니어로 일을 할 경험이 있습니다. 다음 / SK컴즈 / NCsoft 같은 대기업에서도 일했었고, 스타트업에서 일을 한 적도 있었어요. 

 

대기업에서 일할 때는 나와 비즈니스 사이의 거리가 있었기 때문에, 내가 만드는 것으로 인한 결과라고 해야 하나요. 실제로 제품을 통해 돈을 버는 것에 대한 현실감각이 덜 했던 것 같아요. 그러나 창업팀에서 개발할 때는 기획이나 개발이 실질적으로 유저들의 사용 여부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던 차이를 느끼며 서비스를 구축해나갔었습니다. 

 

주 업무로서 개발을 한 지는 꽤 되었어요. 지금은 CTO와 CPO를 겸하고 있어서 실제 코딩을 하는 경우는 프로젝트를 제안하기 위해 직접 만들어 보여주는 일 정도입니다. 저와 함께 일하는 분들을 움직여 플랫폼을 성장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Q. 지금은 직책 때문에 책임감도 많이 느낄 것 같습니다. 

 

서비스에 관해서는 굉장히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용자들이 서비스를 얼마나 이용하는지, 우리가 목표로 하는 어떤 음식을 주문하게끔 하는 서비스 팩터가 뭔지,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려고 하는 중입니다.

 

Q. 배달의민족 베트남 서비스를 자랑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정확히 수치를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호치민에서는 굉장히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서비스입니다. 민트색 라이더들이 음식을 배달하고 있는 모습을 호치민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하실 수 있어요. 최근에는 하노이로도 서비스 영역을 넓혔고, 얼마 전에는 런칭 1주년 행사도 열었습니다.

 

배달의민족 베트남에는 제품의 엔지니어링팀(모바일 팀 / 웹 백엔드팀 / 웹 프론트엔드팀),  프로덕트 디자인팀, PM팀과 함께 목적 중심의 조직을 같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이하게 포토그래퍼 팀도 꾸리고 있는데, 이 팀에서는  내외부적으로 사진과 영상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서비스의 컨텐츠가 되는 그래픽 리소스를 만들고 운영하는 팀이라 프로덕트 디자인 팀과 밀접하게 일하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또한 라이더 쉐도잉이라고, 백오피스의 직원들도 유니폼을 입고 저희 라이더의 오토바이 뒤에 앉아 merchant, customer, rider를 모두 만나게 해서 현장의 어려움을 체크하게 하는 교육 세션도 마련되어 있어요. 실시간으로 고객과 레스토랑 간에 이뤄지는 주문의 중개와 실제 배달을 모두 라이더가 맡고 있는데 그 라이더 역할을 2~3시간 정도 직접 체험해보게끔 합니다.

 

운영 쪽에서 개발해달라고 하는 기능 중에 개발팀 판단하에 우선순위가 낮아 보였던 것이 있었어요. 개발팀에서는 그 기능이 서비스에 미치는 임팩트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라이더 쉐도잉을 해보니 몇천 명에 달하는 전체 라이더 수 중 불과 몇십 명 밖에 되지 않더라도 그들에게 끼칠 불편함을 꼭 개선해야겠다고 생각을 바꾼 적이 있습니다. 우리가 만들지 않은 기능으로 인해 어떤 라이더는 땡볕에서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주문을 기다리게 할 수 없었기 때문에요.

 

Q. 한국에서는 엔지니어 구인난이 심각한데, 베트남에서의 엔지니어 채용은 수월할 편인가요?

 

현재 배달의민족 베트남에서는 베트남 엔지니어와 한국인 엔지니어 모두 통틀어서 총 30명 정도가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중 한국인은 10~11명 정도이고, 나머지 직원은 모두 베트남 사람들로, 베트남 분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요. 

 

작년 말부터 엔지니어 채용을 시작했는데, 여전히 엔지니어를 구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당연히 베트남에도 훌륭한 엔지니어분들이 많이 있지만 전체 IT 산업을  한국과 비교할 때 크게 느끼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한국은 포털 사이트나 커뮤니티, 모바일 메시징 서비스, 게임 등 오랜 기간을 거쳐 성숙해온 IT 산업을 경험한 분들이 많이 있는 것에 비해, 베트남 IT 산업은 아직 그만큼 다양하게 성장해오지 못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베트남에는 외국 클라이언트를 대상으로 하는 SI / Outsourcing 경험이 있는 분들이 많고, 서비스 회사에서 고객 향 서비스를 만들고 운영해본 경험을 가진 분들이 적습니다. 요즘은 이러한 니즈를 반영하여, 부트캠프 형태의 엔지니어링 교육이 많이 이뤄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국내에서도 이름이 잘 알려진 멋쟁이 사자처럼에서  ‘멋쟁이사자처럼 베트남’을 운영하더라고요. 

장기적으로는 베트남 학교와 연계해서 주니어 엔지니어를 채용할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여태까지는 배달의민족 베트남이 서비스 초기 단계여서 주니어 엔지니어를 뽑지 못했었어요. 한국에 있는 배민 플랫폼을 그대로 가지고 온 것이 아니라, 아예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프로덕트 / 서비스 개발을 이미 경험해본 분들과 그에 노하우가 있는 분들이 필요했습니다. 

 

한국 모델과 달리 배달의민족 베트남에서는 음식배달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등과 같은 실정에 대한 정보가 많이 부족했습니다. 어떤 형태로 모델을 구성해야 하는지와 같은 사업적인 계획은 있었지만, 다른 운영이나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경력자가 필요했어요. 사업 초기에는 적은 인원으로 시작하였지만, 긴밀하고 빠른 서비스를 위해  지금은 몇천 명의 라이더를 직접 운영하는 등,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엔지니어도 그에 걸맞은 인력으로 구성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Q. 베트남으로 가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국내 기업에서 일한 적도 있지만, 엔씨소프트를 다니던 2010년 즈음에는 ‘난 꼭 해외에 나가서 일해야겠다.’라는 생각을  늘 했었어요. 베트남에 오기 전의 이야기를 좀 말씀드리자면, 엔씨에서 퇴사한 후, 소셜 게임회사에서 모바일 게임을 런칭 했고,  그 이후에는 영국의 모 스타트업에서 잠깐 일을 하다가 영미권 웹 소설 플랫폼 Radish fiction이라는 스타트업에서 CTO를 맡아 서비스를 개발하기도 했었습니다. 제품 타겟이 영미 문화권이었기 때문에 사업 주체가 미국에 있고 제품팀은 한국에 있었어도 글로벌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고 여겼습니다.

 

2010년 즈음에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글로벌 서비스의 필요성이 대두되어서 내가 영어를 못해도 해외에 나가서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했어요. 그렇게 대기업과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다 보니 어떤 회사에서 어떤 개발을 해야겠다는 동기보다는, 어떤 환경과 시장을 경험하고 배울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더 중요해졌었습니다. 때마침  김범준 (당시 배달의민족  CTO) 대표님이 베트남에 가서 배달의민족 베트남을 만들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해주셨기 때문에 오게 된 것 같아요. 막연하지만 동남아에서 일하고 싶기도 했었고요. 이미 IT 산업이 성숙하게 이뤄진 한국과 다르게,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이 환경에서 서비스를 만드는 건 어떨까 궁금하기도 했었어요. 아무것도 모르고 오긴 했네요. (웃음)

 

Q. 배달의민족 베트남에서의 일은 좀 어떤가요?

 

재미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했다고 했지만, 저와 함께 온 동료들이 함께 플랫폼을 처음부터 만들어 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여기서 그 경험을 재현해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서비스를 빌드한 후에 그 서비스를 지금 정도의 규모로 운영하는 건 분명히 특별한 경험입니다.

 

처음엔 아무것도 모르는 환경에서 ‘음식배달서비스가 운영되게만 하자’ 정도로 개발을 시작했었습니다. 그러다 점차 규모가 커지면서 서비스도 고도화되어서, 복잡한 운영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 등을 선제적으로 발견하고 미리 대응하는 부분이 필요해졌는데, 엔지니어링 팀이 규모에 비해 이를 잘 커버하고 있습니다. 

 

Q. CTO가 되기 전에는 엔지니어로서 어떤 기술을 다뤘었나요?

 

이전에는 주로 프론트엔드를 했어요. 처음에 ‘개발을 해야지’라는 결심을 하고 개발을 시작한 게 아니라, ‘뭔가를 만들고 싶은데 만드는 방법이 뭘까?’라는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개발을 하기 시작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웹사이트를 만들려면 HTML, PHP, Javascript 등 필요한 것들을 찾아서 개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회사에서 웹 컴포넌트나 모듈 등을 개발했었고, 아이폰이 출시된 2008-9년 즈음부터는 iOS 개발이 재밌어 보여서 무작정 Objective-C와 , Cocoa framework 공부를 시작해서 회사에서 첫 앱을 출시했습니다. 빠르게 개발했다고 무조건 좋은 품질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국내에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시점에 모 회사에서 모바일 앱을 출시한 적도 있습니다. 그 뒤로도 Cocos2D-X 엔진으로 2D 게임을 개발하는 등, 저는 툴이나 영역을 가리지 않고 필요한 것들을 개발해왔습니다.

 

Q. 엔지니어의 길을 걷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친구들이 다른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면, 무슨 직업을 택했을 것 같냐고 묻길래 저는 그대로 엔지니어라고 말했던 적이 있습니다. 

 

엔지니어라고 해서 모두 다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진 않습니다. 폴 그레이엄의 <해커와 화가> 칼럼에 나오는, ‘Computer Science라는 말이 되게 이상하다’라는 구절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 Computer Science라는 영역을 다루는 사람을 살펴보면, 알고리즘 등을 다루는 수학자 같은 사람들이 있고, 무언가를 그저 만들기를 좋아하는 화가 같은 사람도 있는데, 그 모든 사람을 다 통틀어서 Computer Science 라고 하는 게 좀 이상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엔지니어링을 하다 보면 다양한 재미있는 요소가 있습니다. 코딩과 디버깅도 재밌게 했었던 적이 있었고, 알고리즘 문제를 굉장히 재밌게 풀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또 제가 직접 개발해서 만든 컴포넌트를 다른 사람이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다양한 즐거움을 느낄 수도 있었습니다.

 

개발 자체는 어렸을 적부터 만들고 싶은 게 있을 때마다 알음알음 공부해서 익혔었어요. 미국에 이민을 가려고 하다, 어떤 이슈로 한국에서 잠시 체류해야 하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당시 시급이 높은 아르바이트를 찾다 보니 오래전부터 조금씩 할 줄 알았던 개발 일을 고르게 되더군요. 그러다 미국으로 가는 게 취소가 되고, 공부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필요한 일을 익히다 보니, 결국에는 이 길을 향한 연속적인 선택을 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공부를 해서 개발을 시작하든, 저처럼 실전으로 개발을 시작하든 어쨌든 개발자를 하기로 한 이상, 그 시점부터는 꾸준하게 공부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머신러닝 공부를 하고 싶다고 한다면, 6개월 동안 Udacity로 뭔갈 수료해낸다든지, 당장 오늘 통합할 기능을 위해 API 문서를 읽는든지 꾸준히 뭔가를 습득해야 하는 일이야말로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게 재미있고 질리지 않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Q. 회사 일로 신경 쓰실 게 많으실 거 같은데, 은 잘 청하는 편인가요? 

 

잠을 안 자면 이렇게 못 할 거 같아요. (웃음) 일찍 잡니다. 대신 일찍 일어나요. 대략 05시 50분 ~ 06시 사이에 일어납니다. NC를 다니던 때부터 있던 습관 같아요. 당시에 수원에서 삼성동으로 출퇴근했었는데, 출근길이 워낙 복잡해서 인적 드문 시간대에 나오려고 일찍 일어났었습니다.

 

아무래도 매니저라는 직책에 오르면 매니저의 일이 좀처럼 끝나지 않는 것 같긴 합니다. 최근에 『하이 아웃풋 매니지먼트( ‘high output management’)』라는 책에서 ‘ 매니저의 일은 끝이 없다. 그냥 오늘은 여기까지 해야겠다. 라고 할 때 업무가 정말로 끝난다’는 글귀를 읽었는데, 동의합니다. 

 

Q. 베트남에서의 일상이 궁금합니다.

 

배민 베트남 근무시간이 09시에서 05시 30분까지인데, 저는 야근은 별로 안 해요. 대신 아침에 일찍,  07시~07시 30분 정도에 출근해서 미리 준비해두는 편입니다.

 

17시 30분에 퇴근하고 나면 강아지들 밥도 챙겨줍니다. 그리고 여느 직장인처럼  유튜브를 보거나 트윗을 읽고, 인터넷에 있는 아티클을 보거나 업무시간에 보지 못했던 이메일을 읽고 답변하기도 합니다.

 

가끔은 서비스에 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대응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배달의민족 베트남 서비스는 오전 0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운영하는데, 만일 운영 시간 중에 장애가 발생하면 merchant나, rider가 생계수단으로서 당일에 벌어야 할 돈을 벌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기기 때문에 팀원들의 퇴근 시간 이후에 장애가 발생하더라도 곧바로 대응합니다. 팀원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요. 이 부분을 계속 개선하려고 합니다. 

 

Q. 영어를 사용하실 일이 많을텐데 어려움은 없나요?

 

제가 2015년에 영국에서 일할 적에는 정말 영어를 못 했었습니다. 영국의 스타트업 CEO가 화상 인터뷰를 제안했는데 제가 ‘당신과 화상으로 얘기할 자신이 없으니, 얼굴 보고 얘기하자.’라고 해서 Camden Market의 펍에서 손짓과 발짓을 섞어 인터뷰한 적도 있어요. (웃음) 

아무래도 컨디션을 많이 타는 것 같습니다. 어느날은 뿌듯할 정도로 문제없이 영어를 사용하다가도, 컨디션이 정말 안 좋은 날에는 똑같은 말을 계속하는 기분이 들 때도 있더라고요. 

 

기술적인 업무를 할 때는 영어 사용에 어려움이 있지는 않습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이슈에 대해서는 화면을 보면서 이야기하기도 하고요. 하던 일이기 때문에 어렵지는 않습니다. 기술용어도 정해져 있고, 기술 업무를 할 때 사용하는 표현도 대부분 비슷합니다. 같은 업계에 있는 사람들끼리는 말이 통한다는 느낌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배달의민족 베트남 팀 초기 멤버는 한국인으로만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초반에는 한국어로 의사소통했었지만, 지금은 모든 업무에서 95% 정도의 비율로 영어를 사용합니다. 회사 직원 대부분이 베트남 사람들이라서요. 또 베트남 사람들 대부분이 영어를 잘하더라고요. 베트남에 워낙 외국회사와 외국 투자자들이 많아선지, 영어 사용에 대한 필요성이 노동자 사이에서 강조되고 있는 모양이에요. 이 때문에 배민 베트남에 종사하고 있는 한국 사람들이 좀 스트레스 받고는 계십니다. 영어는 필수가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모셔왔는데 환경이 바뀌었으니까요. 


그렇지만 동료 간의 가볍고 어려운 대화를 나누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가벼운 말이라도 영어로 주고받으시라고 말하고는 있습니다. 이제는 베트남 분들이 주류가 된 환경에서 한국 사람들이 베트남 사람들과 소통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다들 서투르기는 하지만 월간 데모데이에서 영어로 발표도 하고, 95% 영어로 진행하는 업무를 잘 소화하고 계십니다.


Q. 함께 일하고 싶은 프로그래머는 어떤 사람인가요?

 

꼭 프로그래머가 아니더라도 팀으로 같이 일을 할 때, 저 사람이 나를 blame 하려는 의도가 없다는 신뢰가 필요합니다. 이 점은 팀으로서 일할 때 최소한으로 이뤄져야 하는 전제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동료 상은 일할 때 설레게 하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이러한 Backlog가 있으니 이걸 개발합시다.’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어떤 사람들은 이걸 이렇게 개발해보면 좋지 않을까, 조심스러워하면서 새로운 방법을 제안하는 분도 있어요. 비록 그 방법이 틀릴지언정, 이런 것을 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것은 분명히 다른 점이지요. 그런 분들로 인해 다른 동료들이 영향을 받고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도 박미정 엔지니어가 엔지니어링 미팅에서 선행한 리서치를 공유하면서 아이디어를 가져온 적이 있어요. 그 일이 지금 당장 하는 업무와 관계는 없었고, 또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만큼 획기적인 것은 아니더라도 그것을 기반으로 다른 어떤 것을 상상하고 얘기 나누게 만드는 것이 좋은 팀으로 일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저 사람이 좋은 평가를 받으려고 가져왔구나’ 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저런 걸 해보면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보게끔 하는 동료 같아요. 다듬어지지 않은 내용이라도 일단 이슈를 가지고 오면 어떤 부분이 덜 다듬어졌는지 얘기해보게 되니까 전체 팀의 발전에 도움이 됩니다.

 

Q. 지금의 조연이 되기까지 좋은 영향을 줬던 사람이 있었다면, 누군가요?

 

정말 많습니다. 그래도 그 중 서너 명을 골라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추종하고 싶은 인물이라기보다는, 난관에 부딪힐 때 도움이 되는 말을 해주셨던 분이 많이 기억에 남습니다. 주변에서도 굉장히 존경받는 개발자분이셨는데, ‘좋은 개발자는 어떤 개발자인가요?’나 ‘어떤 코드가 좋은 코드인가요?’라는 질문에 ‘좋은 개발자는 개발을 모르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게끔 이야기해줄 수 있는 개발자'라고 하셨던 답이 기억에 남습니다.

 

또 제가 코딩을 하던 적에 대의(?)를 생각해서 프로젝트의 방향성을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생각해보라고 조언해주신 분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저는 메뉴 구성을 할 때 모든 사람에게 다 평등하게 노출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는데, 그분이 이건 하루에 10만 명이 이용하는 거고, 이건 하루에 50명도 안 쓰는 서비스인데 네가 이 제품을 파는 입장에서 정말 같은 자리에 이것들을 배치히고 싶냐는 질문을 던지셨어요. 그 덕분에 개발을 할 때도 비즈니스적인 관점이 필요하겠구나, 라는 교훈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개발과 관련이 없을 수도 있지만, 한창 20대 때 자의식이 높았을 때 ‘사람들은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너한테 관심이 없다'라고 말씀해주신 팀장님 덕분에 살기 편안해진 기억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