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지앤선

글, 사진 고윤환 / 편집 박미정

 

소프트웨어 고수들과 사북 초등학생들과의 만남

 

강원도 정선군 사북공공도서관이 있는 이곳은 정선군 중심가가 아닌 작은 마을이었다. 사북읍과 고한읍(하이원 리조트가 접해 있는) 두 동네를 합쳐서 1만명이 안 되는 시골이며, 초등학교도 사북의 한 곳이다. 탄광촌이 흥했던 70년대엔 61학급까지 갔는데, 지금은 13반이 운영중인 인구 저밀도 지역이기도 하다. 

 

이번에 찾아간 지역은 이전에 다녀온 삼척보다 작은 규모의 도서관의 이벤트 공간에서 진행되었다. 작은 규모의 도서관이지만 쾌적한 환경의 공간이었다. 

 

옥상엔 흔들 그네가 있고, 여러 모양의 의자도 있고, 층과 층 사이에 다락방도 살포시 있어서 책 읽으며 숨어 지내기에 최적의 공간에서 배달의 민족 김민태님, 박용권님이 잔잔하면서도 친근하게 아이들의 눈높이 맞는 대화법으로 "소프트웨어"에 대한 이야기를 소소하고 차분하게 풀어냈다.

 

특히 감탄한 점은 아이들과 질문을 주고 받는 모습이었다. 이번엔 내가 강의를 하지 않아서 천만 다행이다 싶었을 정도로 아이들의 생각과 질문은 기대 이상이었기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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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로 함께하는 세상 만들기 - 김민태

김민태님은 아이들의 자유분방한 활동을 조용하게 이끌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코딩처럼 바로바로 대응하는 차분한 이었다. 첫 질문인 강사님의 직업을 맞추는 과정에서 시속 200km 급의 질문이 속사포로 나오는데 나는 숨쉬기조차 어려웠다. 지역 특성상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서울에서는 흔한 "배달의 민족"이라는 서비스가 시골 친구들에게는 전혀 익숙하지 않은 서비스였기에 이를 아이들과 소통하는 것이 첫 난관이었다.  

 

누군가의 일상에 익숙한 국민 서비스가 어느 지역에서는 일상적이지 않다는 사용자의 생각, 그리고 예기치 못한 질문들로 혼동의 커뮤니케이션을 버그 패치 하듯이 하나씩 클린하게 풀어가면서 "알고리즘(algorithm)" 을 만드는 소프트웨어가 얼마나 멋지고 재미있는 일인지 이야기를 풀어갔고 듣고 있던 나는 박수와 안도를 함께했다.

 

아이들이 코딩이라는 어려움 보다는 컴퓨팅과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일을 재미있게 알아가는 과정, 그리고 아이들이 알만 한 서비스를 이것저것 꺼내어 물어보는데, "마인 크래프트(Minecraf: https://www.minecraft.net )"는 역시 만국 공통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게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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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처럼 생각하기 - 박용권

두 번째 세션은 박용권님이 진행했다. 이번엔 도서관과 어울리게 좀더 아이들에게 가까이 들어가는 모습이 감동이었다. 아이들과 도서관의 책을 정리하는 방법으로 소프트웨어의 설계와 문제해결 방법을 아주 적절한 예시로 풀어주었다. 물론 나는 책 정리하는 과정을 보면서도 Sort by, Insert data 를 생각 했지만...

 

실제로 책 정리는 업무상으로 늘 수행하는 데이터 수집, 정제, 정렬하고 입력하는 과정과 유사하다. 그런데 우리는 앞 부분을 당연시 하고 바로 문제점 진단과 해결을 위해 시스템 분석으로 들어가곤 했다. 

 

아이들처럼 각자의 생각대로 정리해보고, 그 이유를 듣고, 한번쯤 그 친구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좀더 들어 준다면, 사용자 경험을 기반으로 서비스의 사용성이(사용자경험 UX: User experience)가 개선되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두 가지 세션을 진행하며 아이와 함께 온 어머님들의 모습도 살짝 관찰하고, 아이들에게 칭찬과 상도 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소프트웨어 이야기에  퐁당 빠졌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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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위해 예쁜 인형을 챙겨오신 센스쟁이 김지영님 덕분에 좋은 분위기에서 시작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너무 어린 아이들에게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을 이야기 하는 게 과연 가능할까 걱정 반 근심 반 이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아이들의 눈빛은 세상 진지할 수가 없었다. 예기치 못하게 정답을 말하는 모습, 그리고 수업이 다 끝나고 준비해간 컴퓨터 교육용 책에 관심을 갖고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진지하게 물어보는 아이들을 보면서 너무 행복했다. 

 

최근 컴퓨터 책들과 교재는 학습자를 위한 구성(UI)이 좋다. 이 날 잠시 읽었던 책 "코딩의 신"은 프로그래밍을 위한 소스 코드가 아니고 대화형 스토리텔링으로 마치 웹툰 보듯이 슬슬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책이었다. 나는 스무살이 되어서야 첫 코딩을 배울 수 있었지만, 지금 어린이들은 일상에서 재미있는 코딩을 놀이처럼 즐기고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접할 수 있다.

 

 

아이들의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일상적인 것이라고 간과했던 것들도 아이들의 이야기로 깨닫게 해주는 깊은 울림이 있다. 사용자는 언제는 보편 타당한 피드백을 주고 받고, "사용자는 언제나 옳다"는 통찰력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사람으로 언제나 사용자의 말과 행동에 나이와 지역을 초월해서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이롭게 하고 삶을 바꾸는데 오늘 함께한 아이들에게도 작은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상상력이 무궁무진한 아이들과 소프트웨어로 소통을 하는 신선하고 즐거운 하루였다. 

 


 

덧... "소프트웨어에 물들다"는 매년 5월 전국의 어린이들이 '소프트웨어'에 친숙해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자원봉사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운영되는 프로젝트입니다.

http://somul.kr/